정운찬 국무총리는 어제 아침 관훈토론회에서 행정부처의 세종시 이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하나도 안 갈 수도 있고, 다 갈 수도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나라당 최고위원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성의를 다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설득해야 한다"면서도 "그래도 안 되면 길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청와대는 세종시 수정안 마련과 국민 설득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총리의 발언은 지난달 27일 '대통령과의 대화'가 있은 지 1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기에 나온 겁니다.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 대통령은 세종시 계획의 수정 불가피성을 역설하면서 사과까지 했습니다. 세종시 원안 수정 방침에 정치적 의도가 없으며 국가 지도자로서의 역사적 소명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런 대통령과 총리가 지금 시점에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메시지를 국민에게 보내는 것은 정부의 의지를 의심스럽게 할 수 있는 만큼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세종시 수정은 법률 개정까지 거쳐야 하는 사안입니다. 야당이 끝까지 반대하고 여당 내에서도 친박계가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추진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그 정도는 대통령이나 총리도 세종시 수정론을 처음 제기할 때부터 예상했던 일일 겁니다.
지금은 다수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 세종시 대안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하면서 국민에게 계획 수정의 불가피성을 설득하는데 주력할 때입니다. '되면 좋고 안 돼도 그만'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는 식의 발언으로 명분과 의지를 스스로 의심스럽게 만들 때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 대통령은 청계천 개발 때 반대하는 청계천 주변 상인과 노점상들을 4200차례나 만나 설득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바로 그런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