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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바꾸겠다”… 北주민 불만 확산

입력 | 2009-12-04 03:00:00

화폐개혁관련 집단행동 우려 통제 강화
“당국, 부정행위 무자비하게 징벌 지시”




북한 당국이 6일까지로 새 화폐 교환 시기를 정했으나 주민들은 교환에 적극 나서지 않고 당국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 군 당국이 주민들의 집단행동을 우려해 경비와 주민 통제를 한층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의주 접경지역인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지역의 대북 중국인 무역상 등 소식통들은 북한 전역에서 새 화폐를 교환하고 있으나 주민들이 교환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이날 전했다. 단둥의 한 소식통은 “불만을 무마하려고 1인당 500원씩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1인당 환전 규모가 작아 어렵게 번 돈을 대부분 날리게 된 주민들이 분노까지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소극적인 저항의 표시로 환전을 꺼리면서 각 은행 창구가 한산한 모습이라는 것.

또 불안한 주민들이 외화 등을 이용해 쌀 등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 물가가 순식간에 폭등하는 등 화폐개혁에 따른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때문에 북한 군 당국은 주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것을 우려해 주민 감시를 강화하고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단둥의 중국인 무역상 A 씨는 “북한 거래처에 새 화폐를 가져오라고 부탁했으나 현재 감시가 강화돼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화폐개혁 이후 새로운 환율이 나오지 않아 북한 무역상들이 중국으로 물품을 반출하지 않고 있다. 북한에 재료를 보내 완제품을 만들어 다시 중국으로 들여오는 A 씨는 “북한 거래처가 완제품을 보내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며 “화폐개혁 발표 이후 북한은 올스톱”이라고 전했다.

한편 북한 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이 발행하는 ‘오늘의 북한 소식’은 3일 “화폐 교환에 관한 내각 결정 제423호가 내려졌다”며 “인민생활 향상과 경제관리 체계 및 질서를 바로잡기 위하여”라고 전했다. 노동당은 이번 조치를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화폐 교환과 관련한 주민들의 부정행위에 대해 ‘무자비하게 징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이 소식지는 전했다.

또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 가격이 화폐개혁 전보다 많게는 20배까지 치솟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지는 3일 “평북 신의주 남송시장에서는 쌀 한 되(1.8kg)가 한때 3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화폐개혁 전 북한의 쌀값은 kg당 2000∼2500원 수준이었다.

북한 전문 인터넷매체인 데일리NK는 3일 북한 당국이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화폐 교환 제한 금액을 기존 10만 원에서 확대해 가족 1인당 5만 원씩 더 교환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고 전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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