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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시인, 동서고금 작품 속 명문 엮은 책 펴내

입력 | 2009-12-04 03:00:00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 폴 발레리의 시 중에서

‘울지 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정호승의 시 중에서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시 ‘해변의 묘지’의 한 구절이다. 장석주 시인은 신간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문학의문학)에서 “내 젊은날 단 한 구절을 꼽는다면 단연 이 시구”라면서 “발레리의 이 시구는 절창 중의 절창이요, 만고에 빛날 만한 시구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는 지난봄 템플스테이를 할 때는 독일 작가 에크하르트 톨레의 ‘고요함의 지혜’가 떠올랐다면서 ‘밖의 고요함을 의식하는 순간 안의 고요함이 깨어난다. 비로소 당신은 지금 여기 존재하게 된다’는 대목을 소개했다.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는 다독(多讀)으로 유명한 장 시인이 동서고금의 작품 속에서 뽑아낸 명문(名文)을 엮은 책이다. 장 시인은 각 문장에 대한 해석과 작가에 대한 해설도 덧붙였다.

장 시인은 프랑스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의 ‘기호의 제국’에선 글쓰기를 언급한 문장을 끌어냈다. ‘깨달음은 지식이나 주체를 동요하게 만드는 강력한 지진과도 같다. 그것은 말의 텅 빈 상태를 만들어 낸다. 말의 텅 빈 상태에서 나의 글쓰기가 이뤄진다.’

그는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를 “내 비평의 스승”이라고 부르면서 “바슐라르에게 몽상은 곧 공부였다”고 말한다. 바슐라르는 ‘불의 시학의 단편들’에서 ‘내게는 고독에 빠질 권리, 나의 고독, 몽상의 고독, 내 몽상들의 고독에 빠질 권리도 있었다’라는 글을 남겼다.

또 장 시인은 “니체를 읽으며 가치와 규범의 체계를 세웠다”면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문장을 소개했다. ‘인생을 탐내지 말 것. 혀를 늘어뜨린 개처럼 입맛을 다시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이기심의 지배와 탐욕으로부터 벗어나 싸늘하게 식어 버린 달빛의 죽은 의지로…인생을 마중 나가는 것이 최선이다.’

그는 시인 정호승의 시 ‘수선화에게’에선 ‘울지 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는 구절에 주목했다. 장 시인은 “사람은 늘 자기 안에서 외로움이라는 체내 시계가 끊이지 않고 똑딱거리는 소리를 듣고 사는 존재”라고 정의했다.

책 제목은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엄숙한 시간’에서 가져온 것. ‘지금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세상에서 이유 없이 울고 있는 사람은/나 때문에 울고 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