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소리로 남은 겨울
2년 전, 국경을 두 발로 걸어서 넘을 때였다. 중국 장무(樟木)에서 네팔 코다리 마을까지 걷는 중에 시즈코가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옆의 도로에는 버스, 트럭, 택시, 랜드크루저가 눈보라를 일으키며 지나갔다. 도보를 선택한 것이 후회되었다. 겨울바람에 몸을 떨면서도 나는 점퍼를 배낭에 동여맨 채 걷고 있었다.
장무로 들어오는 협곡에서는 물줄기와 돌이 곳곳에서 떨어졌다. 잠깐 차에서 내렸을 때, 나는 어이없게도 물벼락을 맞고 말았다. 마치 누군가 골탕을 먹이려고 머리 위에서 양동이로 퍼부은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어쨌든 점퍼가 형편없이 젖어버렸다. 동승했던 여행자들이 낄낄거리며 웃었는데, 그때 시즈코도 따라 웃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녀는 스물네 살 나이에 걸맞지 않은 차분한 표정으로 내게 춥지 않으냐고 물었다. 나는 거의 얼어붙은 입으로 견딜 만하다고 했다. 시즈코는 자신의 목도리를 풀더니 내 목에 둘러주었다. 내가 사양하려 하자 자신은 터틀넥 셔츠를 입고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 우리는 함께 코다리를 거쳐 카트만두로 들어갔다. 다음 날 게스트하우스에서 자고 일어나 시즈코의 방문을 두드리니 그녀는 숙소를 떠나고 없었다. 돌려주지 못한 목도리만 내게 남았다
겨울이 끝나고 올봄으로 접어들 무렵, 어린 소설가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녀는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며 도자기로 만든 복고양이 한 마리를 내게 선물했다. 뽀얀 사기에 새겨진 고양이의 얼굴은 한껏 웃는 표정이었다. 달걀 모양으로 생긴 그것은 오뚝이처럼 아래가 무거웠고 안에 방울이 들어 있었다.
나는 책상 위에 그 복고양이를 두고 자주 매만졌다. 몇 바퀴 빙그르르 돌려보기도 하고, 검지 끝으로 톡 건드려보기도 했다. 그러면 고양이는 까르르 웃는 얼굴로 재롱을 떨며 맑은 방울 소리를 냈다. 여름에 작품집을 퇴고하다가 더위에 지치면 나는 그렇게 고양이와 허물없이 놀았다. 방울이 울릴 때마다 국경의 눈보라와 한 해의 경계에서 내린 빗줄기가 떠올랐고, 삼복의 더위는 어디론가 잠깐씩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