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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배병우, “전 세계인들과 소통하는 나는 행운아”

입력 | 2009-12-04 18:08:34


[동영상보러가기] 사진작가 배병우, “전 세계인들과 소통하는 나는 행운아”
 

 “나는 행운아다. 내 사진이 전 세계인들에게 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미스터 소나무’로 알려진 사진작가 배병우(59)씨는 전 세계인들과 사진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다. 소나무들을 마치 한 폭의 수묵화처럼 담아낸 그의 사진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모았다.

 지난 2005년 영국 가수 엘튼 존은 그의 소나무 사진을 구입했고, 해외 유명 브랜드 ‘시슬리’, ‘망고’, ‘까르띠에’ 등의 회장들은 그의 컬렉터이자 팬이다. 또 지난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배병우의 사진집 ‘청산에 살어리랏다’를 선물했다.

 최근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은 축제 중 축제로 불리는 짤즈부르크의 2010년도 여름축제 홍보 이미지로 채택됐다. 이번 일로 배병우는 “이제는 누구든지 내 사진에 대한 이미지를 이해하는구나”라는 행복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들은 소나무 사진을 극동 아시아의 산소 같은 이미지로 보는 동시에 숲이 인간을 정화시킨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배 씨의 설명이다.

  이 뿐만 아니라 얼마 전 독일에서 출판된 배 씨의 소나무 사진집 ‘성스러운 나무’는 모두 매진되었고 독일의 전체 출판계가 뽑는 ‘올해의 사진 책’으로 선정됐다. 배 씨는 “모두들 내 사진에 대해 공감을 하고 있다. 우리가 말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진가는 사진이 좋으면 전 세계인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사진은 전혀 어렵지 않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배병우는 지난 10월 1일부터 덕수궁미술관에서 ‘영혼의 정원-알람브라와 창덕궁’을 전시 중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그의 소나무 사진부터 바다와 바위, 산, 창덕궁 등을 담아낸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스페인의 알람브라 궁전의 정원 사진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고 창덕궁과 알람브라 궁전의 통하는 아름다움을 담은 배병우의 사진은 관람객들에게 두 곳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쏠쏠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배병우는 2006년 동양 사진작가로는 처음으로 스페인 티션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이후 스페인 정부의 의뢰를 받아 알람브라 궁전의 정원과 숲을 2년 6개월에 걸쳐 촬영했다. 스페인 정부는 “<알람브라 이야기>를 펴낸 미국인 작가 워싱턴 어빙과 한국인 사진작가 배병우는 알람브라 궁을 빛내 준 두 사람이다”며 “100년 만에 한국에서 진객이 왔다”는 표현으로 배병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배병우는 자연이 아닌 인물을 찍어볼 생각은 없을까?

 배 씨는 “원래 하던 일의 궤도에서 벗어나는 것은 자멸하는 첫 길이다.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평생 요리를 하던 요리사가 건축을 하겠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한 가지 일을 잘하는 것도 힘들다고 말한다.

 또 배 씨는 “소나무가 이사를 못 가고 평생 한 자리에 있듯이, 나도 한국 사회를 벗어날 수 없다”며 소나무와 자신을 비교했다. 배 씨는 “소나무들끼리도 서로 살기위해 싸운다. 나 자신도 사진작가들 그리고 미술계의 사람들과 경쟁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981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진학과를 만든 배병우는 지금도 서울예대 사진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금까지 얼추 50만 컷을 찍은 배 씨는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항상 다음과 같은 점을 강조한다.

 “학문이나 예술, 스포츠 등 모든 학문은 연습량을 통해 정점에 오른다. 많은 작업을 거쳐야 실력이 늘어난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이어 그는 “사진을 찍고자 할 때는 그 대상이 가치 있는 것을 찍어야 함께 가치가 올라간다. 한국의 아름다운 건축물 중 1위는 종묘, 2위는 창덕궁이다. 엉터리 건물을 10년 찍으면 뭐하나. 인물도 마찬가지다. 그 시대 상황을 상징하는 사람들을 찍어야한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로 번 수입을 다시 자신만의 사진 활동에 투자하는 배 씨. 그는 “여수에서 제주까지 남해바다를 찍는 것이 나의 가장 큰 프로젝트다”라고 설명했다.


 배병우는 지금도 항상 해가 뜨기 전인 새벽에 15kg 정도의 장비를 메고 혼자 집을 나선다. 해가 뜨기 전 새벽, 그 찰나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다. 배병우는 “젊을 땐 추운 날씨에도 추운 줄 모르고 야외작업을 했는데, 40대 중반부터는 발가락 끝까지 피가 안도는지 저려서 오래 작업을 못한다. 나이 든다는 것이 그런 거 같다”고 말한다.

 내년이면 환갑을 맞이하는 배병우. 평생 사진과 함께 살아온 그에게 ‘그간 사진 인생을 뒤돌아보면 어떤가’하고 묻자 그는 단호하게 답했다.

“뒤돌아볼 게 뭐가 있어요. 앞으로 계속 가야죠.”


정주희 동아닷컴 기자 zoo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