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만 놓고 보면 이번 사태는 두 달 넘게 지속됐던 조정국면의 바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지루한 조정국면은 예상하지 못한 돌발악재를 통해 바닥을 만드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또 하나 얻은 것은 글로벌 출구전략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구촌 곳곳에 금융위기의 잔재가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두바이 사태와 맞물려 엔화가 달러당 85엔까지 떨어지면서 일본도 무척 소란스럽다. 1일 일본 중앙은행(BOJ)은 특별금융정책회의를 열어 시중은행에 0.1% 고정금리로 단기자금(3개월물) 10조 엔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양적완화 정책을 다시 시작하는 셈으로 급등하는 엔화가치에 제동을 걸고 디플레이션의 장기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 변수를 챙겨봐야 한다. 하나는 풍부한 유동성과 제로금리가 맞물려 자산시장에 엔 캐리 자금의 유입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추가적인 엔화 강세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달러화도 약세로 가고 엔화도 강세가 저지된다면 아시아 국가의 통화 강세가 기정사실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연말로 접어들면서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 미니 랠리도 기대할 수 있는 몇 가지 긍정적 요인이 주가 상승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4분기(10∼12월), 나아가 내년 상반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고 외국인투자가의 매수로 수급 여건이 개선되는 점을 들 수 있다. ‘실적과 밸류에이션’이라는 두 잣대를 통해 유망종목을 선별하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