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민 희망발언대’ 행사서 쏟아낸 말말말“일하는데 욕하지 마세요”“외국인번호론 홈쇼핑 못해”“조선족이란 표현 안썼으면”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6일 서울 중구 정동 성프란체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유엔 세계 이주민의 날 기념 ‘이주민 희망발언대’에서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나쁜 말(욕)은 하지 말아주세요. 위험한 기계 옆에 있는데 큰소리로 욕하면 놀라서 사고납니다. 사고 나도 한국인 사장님이 산재처리 잘 안 해 줘서 보상 받아준다고 접근하는 브로커한테 돈을 줘야 해요.”
6일 서울 중구 정동 성프란체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이주민 희망발언대’ 행사에 연사로 나선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디랑카 군나와르다나 씨(27)의 희망은 소박했다. 이날 행사는 유엔이 정한 ‘세계 이주민의 날(12월 18일)’을 앞두고 시민단체의 후원으로 열렸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이주민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희망을 말하는 자리였다.
경기 포천시에 있는 가구공장에서 4년 동안 일했다는 군나와르다나 씨의 희망 발언은 계속됐다. “월급명세서도 제대로 받았으면 좋겠어요. 제 월급에서 기본급은 얼마고 잔업수당은 얼마인지 알고 일하고 싶어요. 그런데 명세서를 안 주는 사장님이 너무 많아요.”
한국인과 결혼해 두 아이의 엄마로 8년 넘게 한국에서 살았다는 중국 출신 결혼이주여성 단가옥 씨(32)의 희망도 소박하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에 사는 친정 부모님이 손자들 보고 싶다고 하기에 여행사에 알아봤더니 두 분을 한꺼번에 초청할 수 없대요. 한 분 먼저 오시고 1년 뒤에나 다른 한 분을 초청할 수 있대요. 체류기간도 3개월밖에 안 되고요. 안 그러면 비자를 받을 수 없다나요. 나중에 부모님이 편찮으시면 모시고 살고 싶은데 저는 효도할 권리도 없나요?”
단 씨는 한국인은 체감하기 힘든 일상 속 불편한 점도 털어놨다. “TV 홈쇼핑을 보다가 주문전화를 하면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라고 해요. 제 외국인등록번호를 입력하면 잘못된 번호라고 합니다. 물건 하나 사는 데 주민번호가 왜 필요한지, 외국인등록번호는 왜 사용 못하는지 모르겠어요. 아쉬운 대로 남편 주민번호를 쓰는 데 마음이 영 불편해요.”
‘조선족’이란 용어를 자제해 달라는 당부도 있었다. 재중 동포 김용철 씨(38)는 “뉴스를 보면 잘한 것은 ‘중국동포’라고 하고 잘못한 것 보도할 때는 ‘조선족’이라고 한다. 미국 일본의 한인은 재미·재일동포라 하면서 우리만 조선족이라고 하는데 비하의 뜻이 담긴 것 같아서 듣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마지막 연사는 몽골인 부모를 따라 10년 전 한국으로 이주한 산탈라(가명·16) 양이었다. 그는 “한국 아이들 미래를 생각하듯 저희들의 미래도 똑같이 생각해 주세요. 저희는 ‘틀린’게 아니라 ‘다를’ 뿐입니다”라고 호소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