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감각이 엿보이는 이 연구결과는 경제학자까지 가세해 학계에서 재미있는 논쟁을 일으켰다. “뱀파이어는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식량원을 다 먹어치우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반론이 그것이다. 식량원이 부족하면 뱀파이어의 증가세가 위축된다는 논리도 성립한다. 뱀파이어는 현대 대중문화에서 가장 매력 있는 콘텐츠다. 피를 마시는 것은 인간의 근원적 공포심을 자극한다. 십자가, 마늘, 쇠말뚝 같은 것에 무너지는 설정은 이들의 실존적 취약성을 보여준다. 자신이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는 상황은 존재의 비극성을 드러낸다.
▷1897년 아일랜드 작가 브램 스토커가 소설 ‘드라큘라’를 써낸 이후 무섭고도 신비로운 뱀파이어의 텍스트는 수많은 소설, 영화로 변주됐다. 1950년대 크리스토퍼 리 주연의 일련의 드라큘라 영화가 미녀의 목덜미를 깨무는 성적인 코드의 드라큘라를 창조한 이래 뱀파이어는 ‘사랑엔 약한 존재(게리 올드먼 주연의 드라큘라)’로, ‘인간적 고민을 하는 존재(뱀파이어와의 인터뷰)’로, ‘인간을 위해 종족을 사냥하는 존재(블레이드)’로 끊임없이 진화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