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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est]폴크스바겐 ‘골프 TDI’

입력 | 2009-12-08 03:00:00

연비-파워-소음 ‘3박자 하모니’




폴크스바겐의 6세대 ‘골프 TDI’는 높은 완성도로 세계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제공 폭스바겐코리아

인류가 저지른 치명적으로 멍청한 일 중 하나는 자동차를 발명한 것이다. 1886년 자동차가 처음 나온 이후 산업은 크게 발전했고 인류의 삶은 윤택해졌지만 한정된 자원은 급속히 고갈됐고 환경오염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악화됐다. 폴크스바겐이 신형 6세대 ‘골프 TDI’를 만든 것은 그런 자기 파괴적 업적 가운데서는 가장 현명한 일이다. 약간 과장을 보태자면 ‘완벽한 이동수단’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완벽함이란 최고를 뜻하진 않는다. 자동차의 존재 이유에 최적화돼 있다는 뜻이다.

신형 골프는 사람을 싣고 이동하기에 적당한 크기, 힘, 연료소비효율(연비), 운전 재미 등 종합적인 완성도가 높다. 우선 크기를 살펴보자. 자동차는 지난 10여 년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새 모델이 나오면 무조건 커졌다. 그래서 현재 중형차는 필요 이상으로 거대해졌다. 그런데 이번 골프는 구형보다 길이가 5mm 줄었다. 4명이 타고 이동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최소한의 크기를 찾은 것이다.

2.0L 디젤엔진과 DSG 자동변속기가 들어간 이 모델의 공인 연비는 L당 17.9km다. 실제로 주행해 본 결과 서울시내에선 14km 안팎, 시속 100km 정속 주행은 26km에 달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시속 200km로 계속 주행할 때도 L당 7.6km가 나온다는 것. 아무리 과격하게 몰아도 7km 아래로는 떨어뜨리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승차감과 핸들링도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서울시내의 거친 도로에서 부드럽게 움직여 독일차 특유의 팽팽한 느낌이 줄어든 것은 아닌지 여겨졌지만 커브길이나 고속 주행에서는 흐느적거리지 않았다. 탄탄한 기본기가 느껴졌다. 소음도 크게 줄었다. 앞유리에 내장된 특수 소음 감소 필름, 새롭게 개발한 도어 밀봉재, 리디자인된 사이드미러, 음향학적으로 설계된 엔진룸과 실내 공간, 정숙성이 높아진 엔진 덕분이다. 그래도 아쉬운 것은 타이어의 소음이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직접 측정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은 9.0초로 제원인 9.3초보다 좋게 나왔다. 최고속도는 203km 이상 높아지지 않았다. 빠른 차는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적당한 수준이다. 특히 토크가 높기 때문에 일상 영역에서 추월 가속은 수치 이상의 능력을 보였다. 무릎 에어백, 자동 일렬주차 기능, 냉장 글로브박스 등 안전과 편의장치도 제법 준비돼 있다.

그래도 불만이 없을 순 없다. 운전석에도 전동시트가 없는데 등받이 각도를 조절하는 다이얼이 뻑뻑해서 여성들은 돌리기 쉽지 않았다. 잘 눌러지지 않는 경적,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문짝, 골프백 하나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트렁크, HID전조등이 없는 등 꼽자면 열손가락이 모자란다. 가격을 낮춘다고 편의장치들을 빼긴 했는데 너무 뺐다는 생각이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