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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위조 수표로 30억 인출 ‘은행도 속았다’

입력 | 2009-12-08 03:00:00

수표용지 빼돌린 뒤 15억짜리 수표 실제번호 인쇄




“1억 원짜리 수표로 교환해 주세요.” 지난해 7월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A은행 창구 직원은 15억 원짜리 수표 두 장을 손님들에게 받고 바로 감식에 들어갔다. 수표 용지는 진본이 틀림없었다. 수표번호에 발행은행과 발행인 날인까지, 의심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 1억5000만 원은 계좌로 넣고 1억 원짜리 수표 28장과 5000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을 받아든 일당은 유유히 은행을 빠져나갔다. 이들이 내민 수표는 가짜였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A은행 지점 차장으로 있던 정모 씨(45)는 재직 중이던 지난해 1월 진본 수표용지 5장을 빼돌렸다. 정 씨는 빼돌린 5장의 수표용지로 2만 원권 수표 5장을 발행한 것처럼 은행 장부에 기록했다. 이를 건네받은 김모 씨(46) 일당은 이 중 두 장의 수표 용지에 기재된 발행번호를 지우고 15억 원짜리 수표로 위조했다. 완벽한 위조를 위해서는 진짜 15억 원짜리 수표의 번호가 필요했다. 김 씨 등은 재력가 박모 씨(46)에게 “좋은 투자처가 있다”며 접근한 뒤 “투자자금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니 30억 원 수표 복사본을 보여 달라”고 속여 위조수표를 만들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한창훈)는 7일 위조수표를 만들어 30억 원을 챙긴 김 씨와 정 씨에게 각각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 원과 징역 2년에 벌금 2500만 원을 선고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