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지콰이-W&Whale-윈터플레이 릴레이 공연
“음반과 확 다른 역동성을 보여드릴 게요!” 24∼31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릴레이 콘서트를 여는 세 그룹의 남자 셋 여자 셋. 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배영준과 웨일(더블유앤드웨일), 호란(클래지콰이), 이주환과 혜원(윈터플레이), 클래지(클래지콰이). 홍진환 기자
귀에는 익은데 눈에는 낯설다. 일렉트로닉 팝 그룹 클래지콰이와 더블유앤드웨일(W&Whale), 재즈 팝 밴드 윈터플레이는 그런 사람들이다. 이들의 음악은 유무선 통신, 가전기기 등 대기업제품 TV CF 배경에 쓰이며 친숙해졌다. 그러나 TV오락프로그램에 가끔 출연한 클래지콰이 호란과 알렉스를 제외하면 이들 모두 길에서 남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별로 없다.
이 세 그룹이 24~3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릴레이 공연을 펼친다. 세 그룹의 리더와 보컬을 3일 오후 서초구 잠원동의 지하연습실에서 만났다. 클래지콰이의 클래지와 호란, 더블유앤드웨일의 배영준과 웨일, 윈터플레이의 이주환과 혜원. 옹기종기 둘러앉은 언더그라운드 남자 셋 여자 셋은 소시지를 까먹으며 '걸 그룹 시대에 안 팔리는 음악을 만드는 고충'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대중과의 거의 유일한 접점이 공연인데, 다른 활로를 찾을 생각은 없습니까.
호란=TV에 나가서 떠들며 웃거나 라디오에서 애정고민 상담을 하는 걸 '과외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음악 홍보의 방편이죠. 그런데 이게 앨범 판매로 이어지는지 요즘 한계를 느낍니다. TV의 모습과 음악이 분리돼서 받아들여지는 것 같고…. 안 할 수는 없고.
클래지=호란과 알렉스 덕분에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더 우리 음악을 들어주는 거겠죠. 공항 은행 여직원이 알렉스만 환율우대 해줄 때 심통은 좀 나지만요.(웃음)
배영준=좋은 음악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게 좋은 '상품'이 되는 걸 보며 희열을 느끼고 싶어요. 하지만 CF가 나가면서 받게 된 뜻밖의 호응은 얼떨떨하고 불안했습니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하나씩 배워가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윈터플레이에 대해서는 '대중 친화를 내세운 재즈 아닌 재즈'라는 비판이 있죠.
혜원=한국에서 재즈는 '언더 중의 언더'잖아요. 어떻게든 재즈라는 단어가 좀더 언급되도록 만드는 걸 사람들이 대견하게 여겨줄 거라 봅니다.
이주환=자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만들어주는 자아도 중요해요. 우리는 정통 재즈밴드가 아닙니다. 재즈 아닌 재즈를 한다고 욕하는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상관없어요. '재즈 팝'이란 사람들과 친해지고자 앞세운 한낱 '말'일 뿐이죠. 우린 재즈의 요소를 활용해 우리 음악을 만들고 있을 뿐이에요.
CF배경음악 등 널리 쓰여 귀에 친숙
-일렉트로니카도 클럽 밖에서는 대중과 그다지 친하지 않은 편인데요.
배영준=클래지콰이는 그래도 우리보다 나아요. 서울에서 울리든 뉴욕에서 울리든 어색하지 않을 보편성을 가졌어요. 우리는 한국적 정서를 담는 데 몰두하다보니 그런 점이 부족하죠.
웨일=팝을 많이 듣고 자라서 그런지 우리 음악보다 클래지콰이 음악이 마음에 더 와 닿아요. 리믹스 참여할 때마다 흥분되고…. 앗, 이게 아닌데! (웃음)
클래지=더블유앤드웨일은 셋이서 음악을 만들고, 저는 혼자 하죠. 대중과 동떨어진 한계점에서 혼자 맴돌고 있는 건 아닌지, 이따금 고민을 합니다.
-사람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한 이번 공연 콘셉트는 뭔가요.
클래지=음악과 맞물리는 그래픽 쇼를 준비했습니다. 교감을 나누는 미니 토크쇼도 할 거구요.
웨일=우리는 '어색하게 화려한 춤'을 보여드릴 거예요. '고생하셨습니다' 인사하는 마음으로 구성진 스토리와 즐거운 웃음을 드리려고요. 관객도 우리도 고생했으니까, 다 잊고 한 바탕 놀자! 그거죠.
이주환=31일 밤에 만나서 다음날 새벽에 헤어집니다. 처연하게 지난 한해를 돌아보다가, 발랄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게 해 드릴게요.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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