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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GREEN]⑦이제는 친환경 1등공신― 포스코

입력 | 2009-12-10 03:00:00

李대리, 헬멧쓰고 배낭메고 어디 가시나?
“나는 회사 공인 자전거 출근족”

지방출장은 영상회의로
본사건물 흡연공간 폐쇄
전직원 금연서약 받기도




올해 6월 서울 포스코센터에 자전거 주차공간이 생긴 뒤로는 100명이 넘는 포스코 직원들이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순규 대리, 윤근섭 부관리직(차장), 이영섭 대리. 이종승 기자


검은색 ‘쫄쫄이’ 타이츠, 새하얀 점퍼, 날렵한 디자인의 헬멧, 운동화, 그리고 배낭.

어디를 봐도 대기업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같아 보이지 않는 이 사람. 포스코 이영섭 대리다.

이 대리는 요즘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 집에서 출발해 한강변을 따라 달리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까지 30분이면 도착한다. 차를 운전하고 다닐 때보다 오히려 10분 정도 단축된 셈이다. 매달 들어가던 25만 원가량의 기름값도 절약된다. 이 대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군살도 쏙 빠졌다”며 “바람을 맞으며 힘껏 달리는 출근길 기분이 그만”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 회사가 밀어주니 자전거 ‘씽씽’

 

포스코는 올해 6월 강남사옥에 자전거 주차시설인 ‘바이크 스테이션’을 만들었다. 총 140여 대의 자전거를 주차할 수 있는 시설이다. 직원들 건의로 바이크 스테이션이 생긴 후로 이 대리처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약 120명에 이른다. 시설 이용자 중에는 포스코 직원도 있지만 인근 건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도 많다. 회사 내에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직원을 위한 개인 사물함도 구비돼 있다.

“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싶어도 도난 위험도 있고, 짐을 둘 데도 마땅치 않아서 많이 불편했거든요. 요즘에는 너무 편해서 매일 자전거로 출근합니다.”

이 대리는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자전거를 세워두고 사내 헬스클럽에서 샤워를 한 뒤 사물함에 두고 다니는 양복을 꺼내 입는다. 와이셔츠는 딱딱한 플라스틱으로 된 A4파일 케이스에 넣어 매일 새로 가져온다. 마지막으로 사물함에 있던 구두까지 갈아 신고 나면 이 대리는 완벽한 회사원으로 변신한다.

○ 영상회의부터 금연까지 ‘녹색생활’

올해 3대 경영 패러다임 중 하나로 ‘환경’을 정한 포스코는 자전거 타기 외에도 직원들의 ‘녹색생활’에 힘을 실을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운영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영상회의’ 활용. 비행기나 차량을 이용한 출장을 영상회의로 대체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취지다. 포스코센터는 9∼26층까지 층마다 1개씩 총 17개 영상회의실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하루 평균 진행되는 회의 수는 50여 건에 이른다. 포스코 녹색성장추진사무국 김율란 과장은 “회사의 생산공장이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에 있다 보니 직원들이 지방출장 갈 일이 많은 편”이라며 “그러나 요즘은 영상회의의 빈도가 높아져 ‘회의만을 위한 출장’은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회사 안은 물론이고 회사 건물 주변이나 회식 자리에서조차 담배를 피우는 직원을 찾아볼 수 없게 된 것도 큰 변화다. 올해 초 포스코 정준양 회장이 녹색경영을 위해 포스코 전 직원의 금연을 선포한 뒤 포스코센터에는 입주사를 위한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든 흡연공간이 폐쇄됐다. 임원들을 시작으로 포스코의 모든 직원은 금연서약, 금연교육, 금연 후 건강검진 등을 거쳤다.

포스코는 올해 초 사내 인트라넷에도 ‘환경’ 관련 코너를 신설했다. 이곳에서 직원들은 자신의 ‘PSC(Personal Score Card·업무 외 개인적 달성 목표 기록 카드)’에 자기계발 내용 외에도 친환경 목표를 추가해 자유롭게 적고 있다. 자전거 타기, 종이 아끼기부터 머그컵 쓰기, 금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포스코 직원들의 온라인 토론방인 ‘POS-B’에도 ‘저탄소 녹색성장’ 아이디어 제안코너가 새로 생겼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포스코 “파이넥스 공정통해 CO2 배출 9% 감축”

철강산업은 생산공정 특성상 에너지를 많이 쓰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많을 수밖에 없는 업종이다. 기후변화와 탄소배출 문제가 세계적 이슈로 부각될수록 철강업계가 갖는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정준양 회장은 “철강산업의 근본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철강산업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한다. 포스코가 ‘에너지 고효율화’와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2대 목표로 삼은 이유이기도 하다.

포스코의 제철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적인 친환경 기술이 ‘파이넥스 공정’이라 불리는 신개념 제철공법이다. 포스코가 2007년 5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파이넥스는 일반적인 용광로(고로)를 통해 철을 생산할 때보다 석탄에너지 사용과 이산화탄소 배출이 훨씬 적다. 파이넥스 공정에서는 ‘소결공정’, ‘코크스공정’이라 불리는 고로용 원료 예비처리 단계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공정을 통해 종전 대비 최대 9%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계획이다.

포스코는 공정에서 빠져나가는 폐열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도 다시 포집해 생산에 활용하고 있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은 암모니아 흡수법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분리 저장하는 기술과 환원가스를 이용해 850도 고온 에너지를 회수하는 새로운 에너지 회수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포스코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0’인 수소제철공법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산화철을 환원하는 데 수소를 활용해 이산화탄소 대신 물을 발생시키는 혁신적 기술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철강공정 부생가스와 탄소원을 이용한 수소생산 기술을 연구 중”이라며 “2025년경이면 이 같은 수소제철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