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어릴 적에/박완서 지음·김재홍 그림/112쪽·9800원·처음주니어
나는 스케이트를 타다 할아버지께 크게 야단을 맞았다. 할아버지의 눈에는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이 무당의 작두춤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그림 제공 처음주니어
여덟 살이 되던 해 봄, 서울에서 살던 엄마가 경기도 개풍군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던 나를 데리러 왔다. 집안의 기둥인 오빠의 교육을 위해 할아버지 할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골집을 떠났던 엄마가 초등학교 들어갈 나이가 된 나를 데리러 왔던 것이다.
겨울방학에 귀향할 때 나는 스케이트를 가지고 갔다. 얼음판에서 친구들에게 솜씨를 뽐내는데 머슴이 뛰어와 나를 사랑으로 업어 들였다. 할아버지는 “어디서 덕물산(개성에 있는 무속의 본산) 무당의 작두춤을 흉내 내느냐”며 담뱃대로 내 정수리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원로 소설가인 저자가 유년시절을 소재로 글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저자는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성장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1992년)를 내기도 했다. ‘그 많던…’과 달리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에 맞춰 할머니가 손자, 손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쉽게 이야기를 풀었으며 풍성한 삽화를 더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