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주거의 미시사/전남일 양세화 홍형옥 지음/432쪽·2만 원·돌베개
가족 형태의 변모도 거주 공간의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1950년대 말 보급되기 시작한 국민주택은 42.9∼49.5m² 규모에 마루를 중심으로 세 개의 방을 배치한 구조. 4, 5명으로 구성된 핵가족의 생활에 안성맞춤이었다. 저자들은 “주거를 인간의 삶과 생활, 주변의 시시콜콜한 사건들, 그리고 그것들의 상호관계를 통해 바라봤다”고 말한다.
집의 기능도 세월에 따라 변했다. 조선시대에는 집과 일터의 구분 없이 생산과 소비가 주거 공간 내에서 함께 이뤄졌다. 취침, 휴식, 손님 접대 등 거의 모든 일상과 혼례, 상례, 잔치 등의 비일상적인 활동은 물론 음식 보존, 가사 작업, 농사일 등 재생산 활동이 집에서 이뤄졌다. 산업화를 거치며 생산 기능은 공장으로, 교육 기능은 학교로 이전됐고 집에는 주거의 목적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서양식 주거 문화의 등장으로 새로운 개념이 생기기도 했다. 수세식 양변기가 들어오고 씻는 곳과 용변 보는 곳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등장한 ‘화장실’이 대표적이다.
책을 읽다 보면 어릴 적 살던 집, 동네 골목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다. 저자들은 “먼 과거가 아니다”면서 “전통적 생활공간은 어느새 자취를 감췄고,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안락하고 세련된 주거공간 안에서 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잃어버린 그 무엇’에 대한 아쉬움을 늘 갖고 있다”고 말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