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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101명 ‘섬마을 소녀’ 서울대行

입력 | 2009-12-12 03:00:00

■ 서울대 수시 합격자 발표




전남 목포에서 뱃길로 2시간 거리인 신안군 도초도. 이 섬의 유일한 고교인 도초고가 1978년 개교 이래 최고의 경사를 맞았다. 3학년 문가영 양(18)이 처음으로 서울대에 합격하는 영예를 안았기 때문이다.

2010학년도 서울대 인문계열 수시모집(지역균형선발)에 합격한 문 양은 11일 합격 축하 전화를 받으며 연방 함박웃음을 지었다. 문 양의 합격은 사교육 한번 받지 않은 ‘섬마을 학생’의 쾌거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1004개의 섬으로 이뤄진 신안군에서 초중고교를 모두 나온 ‘토종’이 서울대에 합격한 것은 문 양이 처음이다.

도초고는 전교생이 101명으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 학생은 19명. 3000여 명이 사는 도초도에는 학원은커녕 변변한 문방구조차 없다. 문 양은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목포의 학원에서 한 달간 영어, 수학 강의를 들어본 게 사교육의 전부다. 문 양은 “인터넷 공부방을 뒤지고 EBS 강의를 들으며 부족한 학과 공부를 보충했다”며 “인터넷으로 영자신문을 읽고 CNN 뉴스를 들은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5남매 중 넷째인 문 양의 부모는 섬에서 방앗간을 운영하면서 자녀 3명을 대학에 보낼 정도로 교육열이 높다. 문 양은 “영어나 중국어 관련 전공을 공부해 유니세프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11일 서울대가 발표한 수시모집전형 합격자 2030명 가운데 일반고 출신 비율은 67.9%(1378명)로 지난해 71.6%(1336명)보다 줄었다. 반면 과학고 출신은 19.4%(393명)로 지난해 17.7%(330명)보다 늘었으며 외국어고 출신도 7.1%(144명)로 5.1%(96명)였던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군(郡) 지역 출신 합격자는 146명(7.2%)으로 지난해보다 2.8%포인트 늘었으며 광역시 출신 합격자는 561명(27.8%)으로 1.4%포인트 줄었다. 합격자 배출 고교는 지난해 807개교에서 879개교로 72개교가 늘었다.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의 합격자 배출 고교 수는 126개교로 지난해 30개교보다 96개교가 늘었으며, 충북 괴산고 등 최근 3년 동안 고교 3학년생 합격자가 없었던 10개 군 10개 고교에서 11명의 합격자가 나왔다.

신안=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