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엔 불변의 원칙이 있다… 한자어-옛말로 본 학습기본
이는 빠른 속도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변화의 물결에 휩쓸려 원칙을 잊는다면 장기적으로 비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학습에도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學而時習之不亦說乎(학이시습지불역열호)
공자는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말했다. 여기서 ‘익힌다’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아마도 이는 복습을 의미할 것이다. 이 말을 통해 공자는 배운 내용을 되새기며 자기화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앎의 즐거움을 강조했다.
대부분의 학생은 남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先行學習(선행학습)’을 한다. 곧 다가올 겨울방학에는 선행학습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것이다. 현재 선행학습이 필수적인 과정으로 인식돼 경쟁적으로 진도를 앞서 나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앞의 내용을 배우는 것보다 배운 내용을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선행학습으로 다음 학년 내용을 예습하기 전에 지난 학년 내용을 복습하는 과정이 ‘先行(선행)’돼야 한다.
모든 학습 과정은 연속적인 특성을 지닌다. 이전 내용을 확실히 이해하지 않고 다음 내용을 학습하기 어렵다. 그런데 많은 학생이 지난 시간의 학습을 되돌아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선행학습의 효과가 반감될 때가 많다. 또한 열심히 공부를 해도 성적을 올리는 데 한계가 생긴다. 다른 학생이 진도를 앞서 나간다 해도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앎이 즐거워질 것이다.
‘익힘이 없는 배움은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는 공자의 말을 기억하자.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란 삼국지 위략 편에 나오는 말이다. 책을 백 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보인다는 의미다. 잘 모르는 내용도 되풀이해서 읽으면 그 뜻을 스스로 알게 된다. 그만큼 반복이 중요하다.
학생들에게 반복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다 보면 ‘대체 몇 번을 반복해야 하느냐’고 묻는 학생들이 있다. 그날 배운 내용을 한 번 되풀이하는 것으로 반복학습을 끝냈다고 생각하는 학생도 있다. 복습의 목적을 이해하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복습의 목적은 ‘義自見(의자현)’이다. 스스로 뜻을 알 때까지 되풀이하고 연구해야 한다. 횟수는 문제 되지 않는다. 적당한 반복학습 횟수란 정해져 있지 않다. 자신의 수준에서 ‘義自見’을 달성할 때까지 반복하는 것이 자신에게 필요한 복습 횟수다. 복습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성급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반복하면서 차근차근 진도를 나가다 보면 다음 내용에 대한 이해가 빨라져 효율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量質轉化(양질전화)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많은 量(양)의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量(양)의 개념을 잘 이해해야 한다. 한 권의 책을 10번 보기 위해 10시간을 투자한 것과 10권의 책을 한 번 보기 위해 10시간을 투자한 것은 다르다. 전자는 반복학습과 이해에 충실한 학습법이다. 하지만 후자는 단지 量(양) 자체만 추구하는 방법이다.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단순히 학습량만 늘려서는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오랜 시간 열심히 공부를 하는데 성적에 변화가 없다고 느끼는 학생이라면 자신이 量(양)에만 충실한 방법으로 공부하진 않는지 점검해야 한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내신 관리는 뛰어난데 모의고사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은 낮은 학생들이 있다. 내신 성적이 높다는 것은 학생에게 충분한 학습능력이 있으며 학습의 기본인 성실성을 갖추었다는 의미다. 만약 모의고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면 이는 학생이 지금까지 말한 학습 원칙을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내신 관리가 잘되지 않는 학생이 모의고사만 준비한다고 해서 좋은 점수를 얻기 어렵다. 이 역시 학습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영권 청솔학원 부천본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