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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子路宿於石門이러니 晨門曰, 奚自오.…

입력 | 2009-12-14 03:00:00


‘논어’에는 공자나 제자가 隱者(은자)를 만난 이야기가 있다. ‘憲問(헌문)’의 이 章에는 새벽에 성문 여는 일을 맡아 보던 은자가 등장한다. 성명을 알 수 없어 晨門(신문)이라고 불렀다. 이렇게 ‘논어’의 편찬자들은 은자의 일이나 물건을 근거로 보통명사를 만들고 고유명사로 대용했다. 은자들은 공자를 비판했지만 여기에는 존경과 애정의 뜻이 담겨 있었다. 그렇기에 그 비판을 통해 거꾸로 공자의 위대한 인격을 더 잘 이해할 수가 있다.

宿은 留宿(유숙)이다. 石門은 魯(노)나라 지명이다. 단, 정약용은 齊(제)나라 지명으로 보았다. 奚自는 奚自來의 來가 생략되었다. 奚는 ‘어디’라는 뜻의 의문사, 自는 ‘∼로부터’라는 뜻의 介詞(개사, 전치사와 후치사)다. 의문사가 개사의 빈어(목적어)일 때 그 빈어는 도치된다. 自孔氏의 自도 개사다. 是는 공자를 가리킨다. 知其不可而爲之者는 세상이 어찌 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세상 구원을 위해 노력하거나 자신의 덕을 기르는 자라는 뜻이다. 與는 추정과 감탄의 어조를 나타내는 종결사다.

은자인 晨門은 공자의 실천을 首肯(수긍)하지 않았으나, 그도 ‘나라가 無道할 때 숨는다’는 철학을 지녔을 것이다. 하지만 조선의 英祖가 경연에서 지적했듯이, 은자들은 궁벽함을 찾고 괴상한 짓을 하는 索隱行怪(색은행괴)의 부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자는 달랐다.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허물하지 않으며 아래로 인간의 일을 배우면서 위로 천리에 통달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