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체육학과… 공부-운동 모두 최고라는 얘기 들어야죠”
서울 청원여고 2학년 고윤아 양(사진)은 최근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화제다.
1년여 만에 성적이 두드러지게 올랐기 때문이다. 고교 1학년 때 첫 모의고사 성적은 전교 500명 중 250등.
언어·수학·외국어 성적은 5, 6등급이었다. 2학년 3월 모의고사에선 언수외 성적을 3등급으로 끌어올려 70등을 했다.
이후 성적은 조금씩 계속 올랐다. 지난달 모의고사에서는 주요 과목에서 1, 2등급을 받아 전교 27등을 차지했다.》
“‘성적이 오르니 다른 쪽으로 진로를 바꾸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요. 자기가 하고 싶고, 잘 하는 분야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행복하니까요.”
고등학교 입학 후 첫 모의고사를 치르고 성적표를 받던 날, 친구와 한창 떠들던 고 양은 성적표를 받아들고 큰 상처를 입었다.
“시험을 잘 보진 않았지만 설마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중학교 땐 전교 20∼30등이었는데…. 속상하고 후회가 됐어요.”
고 양이 공부를 소홀히 했던 건 중학교 3학년 2학기부터였다. 겨울방학 동안 대부분의 친구들이 고등학교 과정을 대비했지만 고 양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늘 학교생활을 챙겨주었던 어머니는 “이제부터 학교공부는 스스로 챙겨야 한다”며 묵묵히 지켜볼 따름이었다. ‘기회는 이때다’라는 생각에 마냥 놀았던 것이다.
중학교 때처럼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인정받고 싶었던 고 양은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매일 오후 6∼10시 이뤄지는 야간자율학습을 신청했다. 고 양은 “매일 공부해도 시험에서 기껏 두세 문제 더 맞힌 정도였다”면서 “성적이 오르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펑펑 운 적도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방학 동안 매일 오전 보충수업을 듣고 오후 10시까지 정독반에서 공부했다. 수학을 하루 4시간씩 공부했다. 중학교 3학년 2학기 ‘피타고라스 정리’ 단원부터 차근차근 복습했다. 잘 모르는 내용은 정독반에 있는 친구에게 묻거나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해결했다. 영어독해 문제집을 매일 5장씩 풀었다. 언어영역 공부는 따로 하지 않았다. 대신 하루 5개씩 한자를 익혔다.
“엄마의 권유로 초등학생 때 한자공부를 시작했어요. 한자급수 대비 문제집을 8급부터 3급까지 마스터했죠. 급수시험을 보려고 한 게 아니었어요. 단어를 많이 알면 영어독해가 쉽잖아요? 한자를 익히니 고전이나 어려운 용어가 나오는 책도 막힘없이 읽을 수 있었거든요.”
고 양은 생소한 비문학 지문이나 까다로운 문제를 접해도 당황하지 않았다. 괄호 안에 표기된 한자를 보고 뜻을 떠올린 다음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했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 예를 들어 ‘법과 사회’ 과목에서 ‘일사부재리 원칙’이란 말을 이해하지 못해 애를 먹는 학생이 적지 않았지만, 고 양은 한자의 뜻을 보고 ‘한번 판결이 내려진 사건은 다시 판결을 받지 않는다’란 의미를 더 쉽고 빠르게 이해했다.
1학년 2학기에도 같은 생활이 이어졌다. 겨울방학 때 다시 정독반에 들어갔다. 보충수업 210분 중 140분을 수학 10-가, 나를 공부하는 데 보냈다. 오후에는 영어공부에 집중했다. 매일 전자사전에 모의고사 영어듣기 1회분을 내려받아 풀었다. 틀린 부분은 해설지를 보면서 듣기를 반복했다. 독해능력을 기르고자 ‘리딩 튜터’ ‘절대우위 수능영단어’ ‘능률 보카 어원편’을 활용해 단어를 외웠다.
2학년 3월 모의고사에서 주요과목 성적이 3등급으로 올랐다. 체육선생님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서울대 체육교육학과에 진학할 수 있다”며 고 양을 격려했다. 고 양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올해 여름방학부터 일주일에 사흘을 3시간씩 체육학원에 다녀요. 윗몸일으키기, 제자리멀리뛰기 같은 실기고사 종목을 준비하고 있어요. 체육 관련학과는 수능이 끝나고 다음 해 1월에 실기고사를 봐요. 평소보다 줄어든 자습시간을 메우려고 허리통증을 참으며 책상에 앉았어요. 제겐 분명한 꿈이 있으니까요.”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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