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 혁신 원하는가, 인문학 만나라”신입사원에게 동서양사 - 종교학 수강 권유“경계 자유롭게 넘나들어야 상상력 나와”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은 올 3월 취임 후 건설업계에 ‘감성경영’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김 사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감성경영의 핵심은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홍진환 기자
대학이나 광고회사의 교육과정이 아니다. 현대건설이 최근 김중겸 사장(59)의 지시로 마련한 2010년도 신입사원들을 위한 커리큘럼이다.
김 사장은 올 3월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이후 건설사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감성경영’을 화두로 던졌다. 그는 끊임없이 임직원들에게 감성경영을 위한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김 사장은 9월 2009년도 신입사원들과 함께 한라산을 등반했다. 그리고 감성경영과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해 3시간 넘게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분, 현대건설 출신 맞아?”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과거 불도저식 경영으로 유명했던 현대건설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10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도 기존의 기술교육에서 벗어나 감성적 지혜를 일깨우는 예술과 인문학, 철학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20세기가 전문화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통합의 시대”라며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만남, 자연과학과 예술의 만남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학문과 지식이 통합해 창조적인 지식을 많이 창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과거 한국의 건설회사는 선진국의 건설사로부터 하청을 받아 값싼 인건비의 한국인들이 직접 외국 현장에 가서 짓기만 하면 되는 획일화된 영업방식을 갖고 있었다”며 “전 세계 현장에서 인종, 문화 그리고 종교가 다른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관리의 건설’ 시대를 맞은 만큼 감성경영을 통한 통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사장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건설회사 CEO가 맞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화제가 이공계뿐만 아니라 인문·사회학까지 자유자재로 경계를 넘나들기 때문이다. 그는 “감성경영의 핵심은 소통”이라며 “자유로운 소통이 획일성을 다양성으로 바꾸고, 다양한 사고가 융합되면 그것이 바로 창조이고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목표는 감성경영으로 현대건설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미래가치가 있는 회사로 만드는 것이다. 김 사장은 “비록 전문경영인이지만 재임 중의 성과보다는 다음 사장 때 성과가 나는 일을 하고 싶다”며 “현대건설이 중장기 비전을 가지고 영속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 나의 꿈”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