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쿠키… 아이스크림… 롤리팝
LG전자 휴대전화의 펫 네임에는 유독 간식 이름이 많다. 초콜릿 모양으로 디자인돼 국내에서 펫 네임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초콜릿’, 터치폰의 대중화를 이끈 ‘쿠키’, 광고에서 가수 ‘빅뱅’의 노래로 주목을 받은 ‘롤리팝’(막대사탕), 비슷한 디자인의 넷북과 외장 하드를 함께 출시해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본 ‘아이스크림’, 중장년층 스테디셀러인 ‘와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들 휴대전화는 소비자들의 감성을 건드린 덕분에 대부분 대박이 났다. LG전자 직원들은 새 휴대전화를 내놓을 때마다 지금까지 안 나온 간식 이름이 또 뭐가 있는지부터 찾을 정도다.
2008년 12월 출시된 ‘아이스크림2’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휴대전화는 당초 아예 새로운 이름을 달 계획을 세웠지만 간식 이름 펫 네임에 대한 미련 때문에 결국 기존의 펫 네임인 ‘아이스크림’을 다시 썼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AMOLED 디스플레이가 달린 휴대전화를 보면 자연스레 삼성전자를 제일 먼저 떠올린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낯선 기술용어를 사용하는 데 반대했던 일부 직원들도 지금은 모두 만족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11월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기업 이미지 설문조사에서 LG그룹은 ‘날씬한 20대 여성’으로 조사됐는데 LG전자는 간식 이름을 딴 휴대전화 펫 네임 탓에 기업 이미지가 유약해지고 치열한 느낌이 없어지는 게 아닐까 우려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도 마찬가지. 같은 설문 조사에서 삼성그룹은 ‘30대 전문직 남성’ 이미지로 나왔다. 삼성전자는 기능을 강조한 펫 네임이 그룹 이미지를 지나치게 딱딱하게 만들어 감성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느낌을 주는 게 아닌지 걱정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두 회사 모두 ‘아레나’(LG전자), ‘코비’(삼성전자)처럼 기존 제품과 달라 보이는 펫 네임을 붙이기도 했다.
휴대전화는 단순한 전자기기를 넘어 자신을 표현하는 액세서리가 됐다. 소비자들이 ‘아이스크림폰을 든 깜찍한 김태희’, ‘아몰레드폰을 든 자체 발광 손담비’를 꿈꾸는 동안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더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펫 네임 찾기에 잠을 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