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변신… 섬뜩한 변이… 욕망을 벗기다다문화 가족 -학문 융합 등 변화의 바람 거세진 시대불안한 존재감 드러내
신체를 통한 자아의 탐색을 다룬 ‘리미널 보디’전에 나온 이자연 씨의 ‘불명’ 시리즈 중 하나.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뒤섞인 정체불명의 존재를 통해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경계를 파고든 작업이다. 사진 제공 갤러리 스케이프
한국사립미술관협회 주최로 사비나미술관 전관에서 열리는 ‘트랜스포메이션 인 아트: 변신’전이다. 작가 19명이 변신에 대한 인간 욕망을 다채롭게 재구성한 회화 조각 미디어 설치작품 58점을 선보인다. “외모를 바꾸는 성형 열풍과 학문 간 이종교배인 융합, 순혈주의를 허무는 다문화가족의 출현 등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시대적 분위기를 감안해 기획한 전시다.”(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서울 종로구 가회동 갤러리 스케이프에서 열리는 ‘리미널 보디(Liminal body)’전도 이종교배와 혼성에 대한 사유를 화두로 삼는다. “리미널이란 이곳과 저곳의 경계인 ‘문지방’을 뜻하는 말”(심소미 큐레이터)로 전시에는 서로 다른 세계가 만나는 접점으로 몸을 재해석한 작가 4명이 참여했다.
변신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조명한 ‘트랜스포메이션 인 아트: 변신’전에 선보인 신치현 씨의 ‘타조’. 인체의 부분을 조합해 새로운 실체를 만든 작품은 인간이 인식하는 형체의 본모습에 대한 의구심을 담고 있다. 사진 제공 사비나미술관
괴이한 변신 이야기도 있다. 몸에 날개가 달린 소년 등 사람과 동물을 결합한 극사실적 조각으로 유년시절의 판타지를 표현한 설치작업(김현수), 강자와 약자의 관계를 변형생물 시리즈로 드러낸 작품(이희명), 추하게 표현된 인간의 모습으로 외모지상 사회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드로잉(윤여범), 다리와 손 등 신체의 부분을 조립해 동물 형상을 만든 조각(신치현) 등. 이종교배와 생태적 변이를 드러낸 작품들은 불안감과 함께 존재에 대한 사유를 일깨운다. 전시는 내년 1월 30일까지. 2000∼3000원. 02-735-4032
○ 환상과 공포의 경계에서
갤러리 스케이프의 전시는 몸을 화두로 자아의 변신을 깊숙이 탐색한다. 얼굴에 문신을 새기듯 재봉질로 얼굴사진에 실이 겹겹이 지나가게 만든 윤지선 씨의 ‘나는 너에게 누구인가’ 연작. 작품 앞뒤에 남은 바느질 자국으로 변신과정을 드러낸 점이 흥미롭다. 돼지와 인간의 피부를 촬영한 사진을 이종교배한 이은정 씨는 동물을 열등하게 바라보는 사고방식에 저항한다. 사물과 인체를 결합해 몸을 기이한 풍경으로 재구성한 사타 씨, 인간의 머리를 가진 정체불명의 변종을 만든 이자연 씨의 작업은 실재와 환상,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흐려놓는다. 내년 1월 8일까지. 02-747-4675
변종과 변이, 정체성을 잃어버린 인간의 모습을 다룬 두 전시는 때론 유쾌하고 때론 섬뜩하다. 좀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과 함께 자기 성찰적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차이’를 바탕으로 ‘차별’을 일삼는 세상을 향한 현대미술의 변신이야기. 나와 타자, 인간과 동물, 정상과 비정상의 이분법이 남긴 소외와 폭력적 상처도 그 안에 스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