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장 내한공연을 보고 바이올린 ★★★★★ 피아노 ★★★★★
11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피아니스트 앤드루 폰 오이엔과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은 강건한 활긋기로 귀에 꽉 차게 와닿는 음색의 충족감을 선사했다. 사진 제공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사라 장은 이날 모든 연주곡에서 템포를 다소 빠르게 끌어당겼고 속도 변화를 크게 주지 않았다. 계산보다는 직관으로 작품을 장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브람스 3번 소나타의 느린 악장에서 멜로디가 한 옥타브 높게 재현되는 부분이나, 프랑크 두 번째 악장에서 ‘아니마토 포코 아 포코(조금씩 생기를 주어)’로 표시된 반복음형 부분에서 속도를 줄이고 현을 얕게 그으면서 목멘 듯한 표정을 지어냈다면 요즘 연주가들의 ‘정석’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흔한 정석 대신 악보대로 밀고 나갔다. 음영(陰影) 쪽의 콘트라스트를 크게 주지 않은 것이다.
그 대신 그는 ‘밝음’ 쪽의 기복을 크게 가져갔다. 느린 악장에서나 빠른 악장에서나 그는 활을 끝까지 썼고, 무대 바닥을 걷어차면서 온몸을 다 사용해 내리그었다. 브람스 소나타 3악장의 스케르초 악장에서 강건한 포르테의 겹음은 20대 시절 정경화의 별명이었던 ‘암사자’를 떠올리게 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