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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50년 두들겨도 재즈는 매일 새로워”

입력 | 2009-12-15 03:00:00

재즈 타악기 연주자 류복성 씨, 50년 기념공연 CD-DVD 출시




 재즈 타악기 연주자 류복성 씨는 “열일곱 살 때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은 재즈 리듬에 반해 50년을 붙들고 살았지만 아직도 매일 새롭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신나라레코드

“비가 오면 야외공연 취소…. 손님 없으면 무대 탓이요 연주비는 10년째 그대로…. 재즈 50년 머리가 하얀 것도, 블루 레인….”

재즈 타악기 연주자 류복성 씨(68)는 2007년 발표한 노래 ‘블루 레인’에서 재즈와 함께 해온 자기 인생을 풍자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50년 기념공연 실황을 담은 CD와 DVD를 최근 내놓은 그를 12일 오후 전화로 인터뷰했다. 류 씨는 “일흔이 코앞이지만 무대 위에서 쏟아내는 열정의 크기는 어떤 후배에게도 뒤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가 처음 재즈를 접한 것은 서울 동북고 밴드부 시절. 무심결에 주파수를 맞춘 라디오 미군방송에서 흘러나온 야릇한 리듬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여기저기 물어보고서 그걸 ‘재즈’라 부른다는 걸 알았죠. 지금도 대접 못 받는 장르지만 그때는 더 심했어요. 밥 먹기 고달픈 ‘딴따라’ 중에도 하필 듣는 사람 없는 재즈를 한다고 하니…. 거의 미친 놈 취급을 당했어요.”(웃음)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아트 블래키…. 류 씨는 재즈 연주자의 음반을 닥치는 대로 구해 듣고 용산 미군부대 쇼를 기웃거리면서 독학으로 연주를 익혔다. 그러던 중 스물세 살 때 서울 동화백화점(현 신세계) 뒤편 한 극장에서 열린 드럼경연대회에 참가했다가 색소폰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이봉조의 눈에 띄어 드러머로 발탁됐다.

“이 선생의 악단 멤버로 5년 정도 미군부대 쇼에 나가다가 그만뒀습니다. 군부대 밖 활동이 늘면서 재즈 연주가 줄어든 게 싫었어요. 마침 워커힐에서 밴드를 모집한다기에 오디션을 봤죠. 거기서 당시 서울고 학생이었던 정성조 서울예대 교수를 만났습니다.”

그가 정 교수와 만든 ‘류복성 재즈 메신저스’는 미국의 재즈 드러머 아트 블래키가 1947년 만든 8인조 밴드의 이름을 딴 것이다. 1967년 서울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블래키의 내한공연에는 류 씨를 포함한 10여 명의 관객만이 객석에 앉아 있었다.

“기가 막힌다는 듯 무대 위에서 진을 주문해 반병을 단숨에 들이켠 블래키가 한 명씩 신청곡을 받겠다고 했습니다. ‘당신을 존경해 밴드 이름을 본떴다’고 고백하니 ‘괜찮다’며 껄껄 웃더군요.”

서울 용산구 ‘올 댓 재즈’, 강남구 ‘소울 투 갓’ 등 재즈클럽에 가면 지금도 “연주가 곧 운동이고 건강관리”라는 그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 류 씨는 “50년을 했지만 재즈는 여전히 매일 새롭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