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는 1950년대 후반 골드글러브를 제정했다. 각 포지션에서 수비를 잘하는 선수를 가리자는 목적이었다. 1980년부터는 포지션별로 타격이 뛰어난 선수에게 실버슬러거 상을 줬다. 한국 프로야구는 원년인 1982년에 골드글러브를 본떠 골든글러브를 만들었다. 당시엔 수비에 중점을 두다 보니 박철순(OB), 이만수(삼성) 등이 빠졌다. 이들은 별도로 만든 베스트10에 선정됐지만 상이 나뉘어 팬들의 관심도 분산됐다. 결국 1984년부터 골든글러브로 통합돼 종합평가(공격, 수비, 인지도)로 바뀌었다.
골든글러브 수상자 선정 방식에 대한 논란은 그때부터 계속됐다. 글러브라고 이름 붙여놓고 방망이 성적만 본다는 ‘명칭 불일치’와 기자들의 ‘인기투표’ 논란이 대표적이다.
현역 감독과 코치가 선정하는 미국의 골드글러브 역시 선정 기준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는 수비력을 가늠하는 절대적인 지표가 없다는 것도 원인이 됐다. 수비력 평가 항목 중 가장 기본적인 게 수비율이지만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어려운 타구를 잡으려다 실책이라도 하면 수치가 뚝 떨어진다. 이를 보완하려 그라운드를 수십 개의 세부 구역으로 나누고 타구 방향에 따라 가중치를 주기도 하지만 완전하지는 않다. 게다가 이런 지표만 해도 메이저리그나 되니까 사용하고 있다. 공식 통계로 수비율만 산출하는 국내 여건상 수상자를 수비로 뽑는 건 시기상조다. 현재로서는 그럴 필요도 없어 보인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