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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子擊磬於衛러시니…

입력 | 2009-12-15 03:00:00

공자께서 衛(위)나라에서 경쇠를 두드려 연주하는데, 삼태기를 메고 공 씨의 문 앞을 지나가는 자가 있어서, 그가 듣고서는 “천하에 마음이 있구나, 경쇠를 두드림이여”라고 했다




‘논어’ ‘憲問(헌문)’의 이 章은 참으로 名文이다. 삼태기를 멘 隱者(은자)가 등장하여 공자를 비판하고 이에 대해 공자가 대응하는 방식이 연극처럼 생생하다. 우선 앞부분만 본다. 荷(괴,궤)者(하궤자·삼태기 멘 은자)의 비판을 통해 거꾸로 공자의 위대한 인격과 사업을 이해할 수 있기에 ‘논어’의 편찬자들은 그 비판을 실어두었다. 앞 章에서 晨門(신문·새벽에 성문을 여는 일을 맡아보던 사람)의 비판을 실어둔 예와 같다. 공자는 魯(노)나라 定公(정공) 13년인 기원전 497년에 위나라로 갔다. 위나라는 靈公(영공)이 다스리고 있었으며, 공자는 55세였다.

擊磬은 경쇠를 두드려 연주함이니, 磬은 樂器의 일종이다. 荷(괴,궤)는 삼태기를 메고 있다는 말로, 荷는 負荷(부하)다. 孔氏之門은 공자가 머물고 있는 집의 문을 가리킨다. 有心은 천하를 걱정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음을 뜻한다. 혹은 음악으로 백성을 교화하려는 마음을 지녔다고도 풀이한다. ∼哉, ∼乎는 모두 감탄종결사다. 擊磬有心이라는 말을 도치하고 분절해서 어조를 강화했다.

하궤자는 공자의 경쇠 연주를 듣고 그 音色에서 ‘마음에 품은 것이 있음’을 간파했다. 보통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 하궤자는 ‘시경’의 ‘考槃(고반)’편에서, 산골짜기에 은둔하며 스스로 즐기는 은자에 견주어진다. 이 시는 衛나라 莊公(장공)이 선대의 업적을 잇지 못하자 현명한 이들이 산골짜기에서 곤궁하게 살고 있는 것을 풍자했다. 공자는 천하에 道가 행하지 않음을 우려하면서도 산속으로 은둔하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인가? 다음 호에 이어진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