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윤 씨의 걱정은 곧 해결될 듯 하다. 피데스개발이 최근 발표한 ‘2010년대 주거공간 7대 트렌드’에 따르면 남성의 눈높이를 배려한 남성 중심의 주거 공간이 미래 주택의 중요한 트렌드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주택에서는 에어펌프를 이용해 싱크대의 높낮이를 조정할 수도 있고 자동차 디자인을 닮은 주방 가구도 볼 수 있다. 실제로 독일의 세계적인 스포츠카 제조 회사인 포르셰의 디자인팀은 독일의 명품 주방가구업체 포겐폴과 합작으로 2008년 밀라노 가구박람회에서 날렵하고 세련된 자동차를 닮은 주방 가구를 발표한 바 있다.
규모가 작더라도 동굴 같은 자기만의 공간을 원하는 남성의 본능을 만족시켜주는 남성 전용 공간, 꾸미는 남성을 위한 화장대와 드레스룸은 이르면 내년부터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케어센터(Care Center)로의 진화도 중요한 트렌드로 꼽혔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건강을 관리해주는 주택의 기능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래주택에는 욕실 바닥에 체중을 수시로 측정하는 시스템이나 혈압, 체지방, 당뇨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재택건강체크 시스템 등이 적용될 예정이다. 천장에서는 실내 습도를 측정해 자동으로 수분이 분사되고 약 복용 시간을 알려주는 디지털 약상자가 집 안에 장착되는 것도 상상해볼 수 있는 모습이다.
식구 수와 생활방식에 따라 방의 개수와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가변형 벽체 등은 아예 주택 자체를 개별 주문 방식으로 설계하는 방향으로 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식구의 수가 줄어듦에 따라 방의 개수는 줄이되 거실과 침실은 넉넉하게 설계하는 경향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우리보다 고령화가 앞서 진행된 일본에서는 은퇴 후 부부만 사는 가구를 위해 아내 방과 남편 방을 동일 크기로 배치하고 한 사람이 부축해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목욕실, 세면실, 화장실과 함께 치매 예방을 위해 집 안에 일정 정도 실내 운동이 가능한 순환 동선을 갖춘 평면이 나오고 있다.
최근 충남 당진군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는 대형 건설사가 공급하는 유명 브랜드 제품이 아니었지만 3순위에서 전 평형이 모두 마감됐다. 이 아파트는 안방 옆에 별도로 잠만 잘 수 있는 조용한 공간(알파룸)을 만들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교대근무가 많은 공장 근로자들을 배려한 것이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소비자의 수요를 만족시키려는 더 많은 주택의 혁신을 기대해본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