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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무역역조 심화… 對韓 통상압력 커지나

입력 | 2009-12-17 03:00:00

■ 무역적자 확대가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은
對中 적자폭 더욱 커져 위안화 절상 요구 거세질듯




지금까지 많은 경제석학들은 세계 무역의 불균형을 글로벌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지목해 왔다. 미국의 과잉소비가 중국으로 대표되는 신흥국들의 무역흑자로 쌓이고, 이 돈이 다시 미국에 재투자되면서 거품을 키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불균형은 막상 경제위기가 닥치자 미국인의 소비가 급감하면서 올해 초까지만 해도 자연스레 해소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발표한 대외 무역수지 동향 자료를 분석해보면 글로벌 불균형은 오히려 더 확대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무역 전쟁의 강도가 더욱 세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 다시 쌓여가는 미국의 무역적자

지난주 미국 상무부는 10월 무역수지 동향을 발표하면서 수출이 많이 늘어났다는 점을 유난히 강조했다. 10%의 실업률에 시달리는 미국에 고용 창출의 기반이 되는 대외수출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아시아 순방 때 “대(對)아시아 수출이 5%만 증가해도 미국에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하며 강조했을 정도다. 실제 미국의 10월 대외 수출액(상품 및 서비스)은 1368억 달러로 올 2월(1253억 달러)에 비해 115억 달러 증가했다.

그러나 문제는 수입 규모가 이보다 더 크게 늘었다는 점. 같은 기간 미국의 수입액은 1519억 달러에서 1698억 달러로 179억 달러 증가했다. 자연히 미국 경제의 고질병인 무역역조 현상도 다시 심해졌다. 미국의 대외 무역적자는 지난해 7월 649억 달러에서 올 2월 266억 달러로 급감했지만 10월 329억 달러로 다시 증가했다.

대(對)중국 수지는 더 악화됐다. 올 2월 142억 달러에 그쳤던 상품수지 적자폭은 10월 227억 달러까지 확대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산술적으로 따지면 미국은 전체 무역적자 중 70%가량을 중국과의 교역에서 보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우선 소비의 토대가 되는 자산시장이 뚜렷이 회복되면서 미국인들의 씀씀이가 다시 커지는 점이다. 또 중국이 위안화 절상 요구를 계속 거부하면서 수출에 여전히 힘을 쏟는 것도 주된 원인이다. 우리투자증권은 14일 보고서에서 “미국 소비자들이 가계소득 감소로 값싼 중국산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 급격한 해소는 한국에도 부정적

이 같은 국제무역 환경은 미국의 무역적자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던 1980년대와 유사하다. 다만 불균형의 주요 상대국이 중국이 아닌 일본이었다는 점만 다르다. 당시 미국은 대일(對日) 적자 해소를 위해 엔화가치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플라자 합의’(1985년)를 이끌어냈다. 따라서 이번에도 미국이 위안화 절상 요구, 반덤핑 조사 등 아시아에 대한 통상압력을 내년에 한층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미국 무역적자의 감소가 장기적으로는 세계 경제에 약이 되겠지만 불균형이 지나치게 빠르게 해소되면 한국 경제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불균형 해소가 중국 일본 등이 무역장벽을 낮추는 형태로 완만하게 진행된다면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홍석빈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이 경우 한국은 아시아 경쟁국들에 비해 수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미국과의 통상 분쟁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다.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는 올 들어 10월까지 93억 달러로 중국에 비해 훨씬 적은 수준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