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쾰러 씨.
10월 말 외국인을 위한 영문 관광안내서 'Seoul'(서울 셀렉션)을 출간한 로버트 쾰러 씨(34·사진)는 서울을 '알면 알수록 사랑스러운 도시'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출신으로 조지타운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1997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경상북도 문경에서 영어 강사로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1년만 살아보겠다는 마음으로 한국을 찾았지만 한국인들의 넉넉한 인심과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에 매료됐다. 책과 DVD를 보며 독학으로 한글을 익히고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수료하며 한국을 알아갔다. 2005년부터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발행되는 월간 영문지 'Seoul'의 편집장을 맡아 서울 홍보에 뛰어들었다.
그러던 중 사건이 터졌다. 지난해 세계적인 가이드북 '론리 플래닛' 서울편이 개정되자 서울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묘사되고 왜곡된 정보를 담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된 것. "그러고 보니 그동안 서울을 제대로 소개한 영문안내서가 없었어요. 한 번 제대로 된 영문안내서를 내보자 마음먹었죠." 그렇게 1년을 준비해 'Seoul'이 출간됐다.
'Seoul'의 강점은 화보를 방불케 하는 사진과 460쪽의 두툼한 정보량. "관광객은 글이 아닌 사진을 보고 오게 된다"는 것이 쾰러 씨 생각이다. 그래서 사진기자와 직접 발품을 팔며 사진에 공을 들였다. 또 세계적 대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그들만큼 자료가 풍부한 안내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자료도 듬뿍 담았다. "뉴욕 런던 등 대도시 가이드북은 대부분 400~500쪽 정도로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지만 유독 서울편만 200쪽 안팎인 것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 대한 그의 애정과 관심은 책 곳곳에서 드러난다. 덕수궁을 소개하며 덕수궁 돌담길을 연인이 걸으면 헤어진다는 속설도 함께 설명한다. 남대문 도깨비 시장이 나오자 한국 토종 괴물이라며 도깨비를 소개한다. 단군신화, 흥선대원군 등 역사이야기도 풍부하게 담겨있다. 민감하긴 하지만 개고기도 다뤘다. 그는 "외국에서 한국하면 떠올리는 것 중 하나가 개고기를 먹는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다뤄야죠. 오해하지 못하게 사실을 전달하려고 했습니다"고 말한다.
'Seoul'은 미국 영국 독일 인도 싱가포르 등 세계 곳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최근에는 필리핀에서 판권을 사겠다고 먼저 연락이 오기도 했다.
● 한국방문의 해? 내국인부터 공부해야
특히 "서울은 생각보다 관광자원이 많은 도시이지만 서울에서 사는 사람조차도 뭐가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성북동에는 비원처럼 아름다운 한국식 정원인 성락원이 있지만 이는 내국인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곳을 발견할 때마다 대형 문화재들만 홍보되고 작은 문화재는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또 일반인들의 역할도 중시했다. 그는 "내국인들이 제대로 감상해봐야 외국인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쾰러 씨가 여행 중 문화유산을 살펴 보고 있으면 '그런 걸 왜 들여다 보느냐'고 되묻는 한국인들을 만나기도 한다고. 그만큼 일반인들의 의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외국인에게 관광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내국인을 대상으로도 홍보해야 합니다. 문화투어나 답사투어를 만드는 등 정부나 재단 차원에서 해야 할 일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