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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푸드]칠리… 민트… 로즈… 초콜릿 종류만 56가지

입력 | 2009-12-18 03:00:00

■ 달콤한 디저트 ‘스위츠 천국’ 일본




《일본에서는 케이크나 과자,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 단 것을 ‘스위츠(sweets)’라 부른다. 차(茶)문화와 선물 문화가 발달한 일본인들의 생활에서는 스위츠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새롭고 다양한 스위츠에 대한 욕구도 많다. 초콜릿이나 케이크의 본고장인 유럽보다 더 다양하게 스위츠를 발전시킨 일본에 세계 유명 케이크나 초콜릿 가게들이 앞다퉈 지점을 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좀처럼 가입하기 어려운 프로 과자 장인들의 국제협회인 ‘를레 데세르(relais desserts)’ 멤버에 동양인 중에선 일본인 5명만 포함될 정도로 일본에는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파티시에(제과·제빵사)들도 많다. 1500여 년 전부터 발전을 거듭해온 일본의 많은 ‘스위츠’ 숍 가운데 눈에 띄는 5곳을 소개한다.》

○ 앙리 샤르팡티에(Henri-charpentier)

앙리 샤르팡티에 긴자 본점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범상치 않다. 계단을 올라 입구에 들어서면 진한 핑크빛 내부의 로맨틱하면서도 모던한 분위기에 멈칫하게 된다. 마치 보석상의 입구처럼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의 안내를 받아 들어가면 1층 부티크에 있는 쇼 케이스에 보석과 같은 신제품과 과자 틀이 진열되어 있고, 정면 유리 너머로는 보석을 가공하듯 하나하나 정성껏 데코레이션을 하고 있는 파티시에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곳에서는 친절한 점원들이 보석을 설명하듯 맛과 재료에 대해서 설명해 준다. 보석만큼 많은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앙리 샤르팡티에는 프랑스 파리 센 강변에 연구소를 두고 4명의 일본인 스텝을 상주시켜 매년 다른 신제품을 개발한다. 일본 기업이면서도 파리에 연구소를 두고 프랑스인 파티시에를 중심으로 일본인의 섬세한 테크닉까지 합쳐 예술적인 스위츠를 만들어 내고 있다. www.henri-charpentier.com

○ 100% 초콜릿 카페(100% chocolate cafe)

메이지 초콜릿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브랜드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초콜릿 코너에서 만날 수 있는 일본 초콜릿이다. 이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100% 초콜릿 카페’는 매일 먹어도 먹고 싶은 초콜릿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탄생한 신개념 초콜릿 숍이다. 세계 최고의 파티시에 모임인 를레 데세르 멤버들도 일본을 방문해 가장 자극을 받은 곳으로 대부분 이곳을 꼽았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초콜릿 도서관(Chocolate Library)’ 코너. 컬러 블록처럼 전시된 초콜릿들은 모두 56가지의 서로 다른 맛으로 구성됐다. 초콜릿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칠리나 레몬 솔트를 초콜릿과 매치시킨 새로운 맛에서부터 클래식한 맛의 초콜릿까지 초콜릿 도서관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곳은 기업에서 운영하는 만큼 초콜릿의 맛이나 질에서는 섬세함이 약간 부족하지만 부담없이 초콜릿을 즐기기엔 더 없이 좋은 장소다. www.meiji.co.jp

○ 피에르 에르메(Pierre herme)

스위츠의 왕국 도쿄에서도 가장 럭셔리한 것으로 유명한 피에르 에르메 본점은 도쿄 아오야마(靑山)에 있다. 입구에 넓게 보이는 대리석과 투명한 유리 테이블 위에는 보석과도 같은 초콜릿과 쿠키들로 장식되어 있다.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한 매장과 대리석, 그리고 투명한 유리들…. 마치 얼음 나라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여러 개의 대리석 테이블을 지나면 피에르 에르메의 유명한 형형색색의 마카롱과 밀푀유, 또 작품과도 같은 케이크들이 진열되어 있다. 2층 살롱에 올라가면 점원이 은쟁반에 그날 맛볼 수 있는 스위츠를 담아 내온다. 앉아서 눈으로 호사를 하며 고를 수 있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스위츠들은 모두 아주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써 먹기가 아까울 정도다. 밀푀유는 파이 부분이 크림과 닿아서 눅눅해질 수 있는데, 부드러운 크림과 바삭한 파이가 각각 살아 있어서 눅눅하지 않고 조화로운 맛을 만든다. 이곳에서 디저트를 먹는 것은 어쩌면 식사보다 비싼 디저트를 먹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한번쯤 자신에게 이런 호사를 선물하는 것도 일상의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www.pierreherme.co.jp

○ 파티세리 포타제(P^atisserie potager)

세계 최초의 야채 스위츠 전문점이다. 나카메구로(中目黑)역에서 내려 상점가로 5분 정도 걸으면 작은 앤틱숍, 중고 명품가게, 꽃집 등 아기자기한 가게들을 지나 상점가가 끝나는 지점에 있다. 2006년 4월에 문을 연 곳으로 오가닉 레스토랑을 경영한 경험으로 야채의 맛을 최대한 살려 눈으로 봐도 아름답고, 먹어서 몸에도 좋으면서도 맛있는 야채 스위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단맛은 반으로 줄이고 지방을 최소화해 뒷맛이 깔끔하고 부담이 없다. 트랜스지방에 대한 걱정도, 어떤 계란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불안도, 농약이 잔뜩 들어간 수입 밀가루는 아닐까 하는 의심 없이 단맛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포타제란 프랑스어로 ‘텃밭’이란 뜻이다. 야채 스위츠를 통해 농업의 매력을 조금이라도 전하고, 전국 각지의 특산 야채를 스위츠로 만들어 보고 싶은 소망에서 이름을 포타제로 지었다고 한다. www.potager.co.jp

○ 토시 요로이즈카(Toshi Yoroizuka)

도쿄 미드타운 오픈과 함께 매장을 연 토시 요로이즈카는 늘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다. 1시간쯤 기다리는 것은 보통이다. 매일 아침 문을 열자마자 줄이 늘어서 항상 들어가기 쉽지 않은 곳이다. 일본에서는 가히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곳으로 유명 파티시에 요로이즈카 도시히코(鎧塚俊彦) 씨가 직접 만들어 주는 디저트를 먹을 수 있어 그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라이브 음악만의 묘미가 있듯,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고 파티시에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 보면서 먹을 수 있는 라이브 디저트의 매력이 사람들을 열광시킨다. www.grand-patissier.info/toshiyoroizuka

박현신 씨 요리연구가 tapastapa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