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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따라 골프문화도 달라져

입력 | 2009-12-18 14:06:44


○골프문화도 변화의 바람

세월 따라 골프문화도 변하고 있다.

시간을 20년 전으로 돌리면 국내에서 골프는 귀족 스포츠로 불릴 수밖에 없었다. 뚝섬에 마련된 골프연습장에는 타석마다 티에 공을 올려 주는 캐디가 존재했고, 골프채에 새겨진 별의 개수는 신분의 상징물로 여겨졌다.

모두 옛말이다.

대학교 교양과목으로 버젓이 골프가 자리 잡았고, 직장인부터, 가정주부들의 여가활동으로 골프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참 많이 변했다.

2009년 필드에서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어떤 것들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는지 살펴봤다.

▲‘맥사’ 지고, ‘막걸리’ 뜨고

골프장에도 막걸리 열풍이 뜨거웠다. ‘서민의 술’로 대표되는 막걸리는, 어떻게 보면 골프장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가하면 어떤 골퍼들은 골프장에서 마시는 막걸리 맛이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린다.

지난해까지 골프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술은 맥주다. 대개 아마추어 골퍼들은 갈증 해소를 위해 맥주에 사이다를 타서 마신다. 일명 ‘맥사’로 불린다. 그 다음으로는 정종이나 와인 등이 많이 팔렸다.

올해는 골프장의 주류 문화가 완전히 바뀌었다. ‘맥사’가 자취를 감춘 대신 막걸 리가 그 자리를 꿰찼다. 사발에 막걸리를 따라 마시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주류 문화가 바뀌면서 안주도 달라졌다. 멸치와 땅콩 등 마른안주 대신 순대, 파전 등이 인기 메뉴로 떠올랐다.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스카이72 골프장은 막걸리를 마실 수 있도록 아예 포장마차를 차려놨다. 월 평균 7000병 이사 팔았다고 하니 그 인기가 대단하다. 스카이72 골프장의 한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막걸리를 찾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그러던 것이 올 봄부터 서서히 늘어나 이제는 골프장 매출에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막걸리가 웰빙술로 자리 잡는 데 골퍼들의 숨은 공이 크다.

▲해외골프 줄고, 제주도 인기 쑥쑥

주말을 앞둔 제주공항에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항공기가 도착하면 짐이 나오는 창구에는 골프백으로 가득하다. 절반 이상이 골프백이다.

4명씩 짝을 이뤄 공항청사를 빠져나오는 사람은 죄다 골프를 치러 제주도에 왔다는 사실을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다.

경기침체의 여파 탓인지 예년에 비해 해외로 골프투어를 떠나는 여행객의 수가 크게 줄었다. 반면, 제주도 골프여행객은 크게 증가했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제주골프 관광객은 45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9만1000명보다 16.5%가 늘었다. 제2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제주지역 골프장협회에서는 몰려드는 골퍼들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올해만큼만 유지되면 적자는 면할 것이라며 안도했다. 지난 몇 년간 해외골프로 적자 운영을 면치 못했는데, 올해는 그나마 사정이 나아졌다.

▲생활까지 파고든 스크린골프

서울 종로의 점심시간. 빌딩에서 빠져나온 샐러리맨들의 발길이 바쁘게 움직인다. 삼삼오오 짝을 이룬 직장인들이 향하는 곳은 식당이 아닌 스크린 골프방이다. 1시간 남짓한 점심시간을 이용해 스크린 골프를 즐기려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스크린골프의 문화도 바뀌고 있다. 단순히 골프만 즐기는 시대는 끝났다. 스크린 골프방에서 밥도 먹고, 맥주도 마신다. 심지어는 밥과 술이 포함된 세트 메뉴도 있다. 스크린 골프는 직장인들의 회식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이렇다보니 저녁시간엔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이용이 불가능할 정도다.

강남구 대치동 A아파트의 지하 스포츠센터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연출된다. 남편과 아이들이 직장과 학교로 떠나자 40~50대의 중년여성들이 약속이나 한 듯 스크린 골프방으로 몰려든다. 이곳에서 수다도 떨고, 운동도 한다. 계모임 장소로까지 이용된다.

스크린골프가 어느 새 생활 속 깊은 곳까지 파고들고 있다.

▲골프코스가 손 안에

바야흐로 모바일의 시대다. 휴대전화하나면 안 되는 게 없는 세상이다.

구력 15년의 아마추어 골퍼 K 씨는 요즘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5년 전만 하더라도 골프장을 갈 때마다 안내 책자를 뒤적이다 길을 찾아 헤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심지어 강원도 K골프장에서는 골프장 오는 길에 과속카메라가 몇 개인지, 위치는 어디인지까지 알려주는 서비스를 펼치기도 했다.

이제는 휴대전화만 있으면 걱정이 없다. 새로 생긴 골프장도 네비게이션의 버튼만 누르면 골프장 클럽하우스까지 안내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휴대전화가 코스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홀의 길이는 물론, 해저드와 벙커의 위치, 내 볼이 떨어진 지점부터 그린까지의 거리 등을 알아서 제공해준다.

프로골퍼 최나연은 휴대전화의 모델로 등장하고 있을 정도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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