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정도 묻어두면 두세 배 이상 오를 만한 주식이 없을까?” 은퇴를 앞둔 한 선배가 노후 재테크를 고민하다 이런 질문을 던졌다. 예금통장만 쥐고 있자니 금리가 너무 낮고 주식형펀드만 믿자니 증시 전반에 대한 불안감으로 잠을 편히 잘 수가 없다고 얘기했다.
이 선배는 가치투자 전도사들이 늘 주장하는 대로 현재 가격보다 가치가 높은 주식을 사서 주가가 적정가치에 도달하면 이익을 실현하는 정석투자를 하고 싶어 한 것이다. 필자는 선배에게 가치투자는 참으로 훌륭한 생각이며 기관투자가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어쩌면 개인투자자의 특권인 동시에 이미 현명한 투자자들이 이런 방식으로 큰돈을 벌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가치투자는 쉬운 일이 아니다. 가치투자로 좋은 성과를 내려면 몇 가지 덕목이 필요하다. 남다른 인내심과 자기절제 능력, 공포감이 만연할 때 싸다고 믿는 주식을 과감히 살 수 있는 소신과 용기가 바로 그것이다. 더불어 실전에서는 긴 호흡으로 좋은 주식을 찾는 안목이 가장 필요하다. 집중력 없이 아무데나 총을 쏘는 것이 아니라 정밀하게 조준사격을 할 수 있는 실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나마 저평가된 주식을 찾는 현실성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성장성이 있지만 아직 불확실하고 그 내용이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기업을 주목하는 것이다. 즉 많은 사람이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모를 정도로 회사가 변신하고 있거나 사업 내용이 바뀌는 종목을 골라 연구하는 것이다. 특히 새해에는 이런 종목들이 다양한 업종에서 많이 뜰 것으로 보인다. 경제 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이 빨라지고 이로 인해 기업별 성장 격차가 더 벌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에는 각 그룹이 역점을 두는 신성장 사업이나 정부가 정책적으로 강력히 지원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 세계 시장에서 경쟁기업을 제치고 1등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기업, 특히 소비가 급증하는 신흥국에 수출하는 비중이 큰 기업 등을 골라 투자하는 게 좋다. 이제 각 기업의 변화를 간파해 그 성공 가능성과 진가를 평가하는 게 급선무다. 남들보다 앞서 ‘2010년형 신(新)성장주’를 탐색한다면 그것이 가치대비 저평가된 주식을 찾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새해에는 성장성을 제외하곤 가격에 비해 싼 주식을 찾는 일이 더욱 힘든 투자 환경이 예상된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