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자체가 최고 브랜드, 한번 입사하면 정년까지…우리집 강아지 뽀삐∼ 35년간 판매 1위
○ 일하고 싶고, 존경받는 기업
유한킴벌리는 올해 초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주관한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조사에서 3위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1위, 포스코가 2위였다. 두 회사의 연간 매출액은 각각 121조 원, 41조 원 정도다. 유한킴벌리의 뒤를 이은 LG전자 역시 연간 매출 규모가 63조 원대다. 반면 유한킴벌리는 연간 1조 원대의 매출을 올린다. 규모면에서 수십, 수백 배의 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더욱 고무적인 현상은 외부뿐만 아니라 회사 내부의 만족도 역시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유한킴벌리의 이직률은 0.2%였다. 일반적으로 재계에서 한 자릿수 이직률이 최저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제로(0)에 가까운 수치다. 또 이 회사의 지속가능성보고서에 따르면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우리 회사에 근무하는 것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95.0%였다. ‘우리 회사는 장수기업이 될 것인가’란 질문에도 96.6%가 긍정적인 응답을 했다.
김 사장은 “이 역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 덕분”이라고 답했다. 이 회사는 ‘평생학습 기반의 4조 2교대’란 근무 형태를 운영한다. 직원 중 절반 이상인 공장 기능직 사원들이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4일은 12시간씩 일하고 나머지 4일(공휴일 포함)은 쉬는 형태다. 김 사장은 “직원들이 한 번 입사하면 나갈 생각을 안 한다. 결혼까지 사내에서 많이 한다. 임원 회의를 하면 각 부문 부사장끼리 서로를 ‘사돈’이라 부를 정도다. 소속 직원들끼리의 성혼이 많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 점유율 1위의 파워 상품들
이 같은 기업문화는 성과로 이어진다. 1970년 유한양행과 미국 건강위생용품회사 킴벌리 클락이 3 대 7 비율로 합작한 유한킴벌리는 생산 품목 대부분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저귀(하기스) 65%, 여성용품(화이트·좋은느낌) 55.2%, 미용티슈(크리넥스) 47.6%, 키친타월(스카트·크리넥스) 54.1%, 화장지(뽀삐) 37.6% 등으로 주요 생산품의 시장 점유율이 각 부문에서 과반을 넘나든다. 회사 측은 “회사에 대한 신뢰가 제품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진 결과”로 자체 분석한다. 김 사장 역시 여러 상품 브랜드 중 최고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 “유한킴벌리라는 회사 자체가 최고의 브랜드”라고 말했다.
미국 킴벌리 클락도 ‘하기스’ 기저귀를 내놓고 있지만 유한킴벌리는 ‘한국형 하기스’를 개발해 왔다. 1997년 프리미엄급 ‘하기스 골드’를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저자극성 자연주의 하기스 ‘네이처 메이드’를 내놓았다. 유한킴벌리와 지식경제부가 손잡고 2년 여 연구개발 끝에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식물성 원료를 기저귀 안감에 적용한 것이다.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세도 무섭다. 2004년 1200만 달러 규모의 수출량이 2008년 현재 1억500만 달러 규모로 늘었다. 특히 중국 수출 비중이 절반에 이른다. 프리미엄 기저귀 시장에서 유한킴벌리는 미국 P&G와 일본 유니참 등 글로벌 브랜드를 누르고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 집 강아지 뽀삐∼”라는 CM송으로 유명한 화장지 ‘뽀삐’는 무려 35년간 판매 1위를 지키고 있다. 뽀삐는 국내 최초의 화장실용 화장지 브랜드다. 1980년대 밋밋한 화장지에 올록볼록한 엠보싱을 적용한 것도 뽀삐가 처음이었고 3겹 화장지를 내놓은 것도 그랬다. 또 강아지 캐릭터를 화장지에 프린트하고 향기를 내게 하는 등 지속적으로 소비자의 취향에 발맞추고 있다.
우리집 강아지 뽀삐∼ 35년간 판매 1위
○ 제품도 생명력을 가져야
김 사장은 “시장 점유율이 뚝뚝 떨어지더니 1990년대 초에는 20%도 채 되지 않았다. 글로벌 브랜드 제품의 가격이 우리 것보다 2배 이상 비쌌는데도 말이다.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는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라 판단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유한킴벌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제품 개발에 나섰다고 한다. 전문가들을 총동원해 6년간의 개발 끝에 1995년 ‘화이트’를 내놓았다. ‘깨끗함이 달라요’란 광고 문구가 유행을 탈 정도로 제품의 인기가 높았다. 여기에 1999년 ‘좋은 느낌’을 추가해 경쟁사를 제친 유한킴벌리는 2003년 여성용품의 점유율을 62%로 끌어올려 지금까지 1위를 지키고 있다.
김 사장은 “당시의 위기 덕분에 ‘제품에 생명력을 담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취향이 변하듯 제품 역시 계속 진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 여성에게 인정을 받은 이들 제품은 해외 시장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세계 23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그중 터키에서는 최근 ‘올해의 브랜드 상’을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이스라엘에서 ‘올해의 제품’으로 꼽히기도 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유한킴벌리는 올해 10월 여성 화장품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색조 화장품을 제외한 스킨케어 제품을 ‘메이브리즈’(사진)란 이름으로 내놓았다. 5월의 싱그러운 바람을 뜻하는 이 브랜드 명칭은 유한킴벌리의 환경 캠페인인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유한킴벌리의 화장품 시장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이미 ‘그린핑거’란 유아용 화장품을 선보였다. 회사 측은 “유한킴벌리가 화장품을 만드는 것에 의외라는 반응도 있지만 전문 분야를 상품화한 것이어서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살갗에 직접 닿는 기저귀 등을 만들며 축적한 피부에 대한 연구 성과와 기술을 활용했다는 얘기다. 진출 초기에는 출산율 감소에 따른 유아용품 시장의 축소로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지만, 2년 만에 어린이 스킨케어 시장 1위로 올라섰다.
유한킴벌리는 여성 스킨케어 시장에서도 성공적인 안착을 기대하고 있다. 메이브리즈의 내년 매출액 목표를 500억 원으로 잡았다. 회사 관계자는 “유아용 화장품 시장에서 선전한 덕분인지 여성 화장품 업계에서도 눈에 띄게 견제를 하는 등 우리 제품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특허 원단에 보습 에센스를 입힌 장갑과 양말 타입의 ‘핸드&풋 테라피’ 제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장갑과 양말처럼 손발에 낀 채 보습 관리를 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다.
이 같은 화장품 시장 진출에 대해 김중곤 유한킴벌리 사장은 “회사가 계속 성장하지 않는다면 퇴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소비자를 창출하기 위해 유한킴벌리가 성장할 수 있는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