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근은 올해 골든글러브를 수상할 정도로 히어로즈의 간판타자로 맹활약했지만 시즌 종료 직후부터 자신을 둘러싼 트레이드 소문 때문에 적지않은 마음고생을 했다. 스포츠동아DB
12월 초. 이택근은 한참을 망설이다 히어로즈 이광근 수석코치에게 전화를 걸었다. “코치님, 저 정말 트레이드되는 겁니까?” 이광근 수석코치는 “택근아,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들었다. 일단 마음 쓰지 말고 재활훈련이나 열심히 하자”고 다독였다.
올 시즌 중심타자로 팀을 이끈 이택근은 10월 26일 무릎 수술을 받은 뒤 단 이틀 만에 목동구장에서 재활훈련을 시작할 정도로 내년 시즌에 대한 열의가 넘쳤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을 둘러싼 끝없는 트레이드 소문에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히어로즈 창단 후 최초로 11일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지만 트레이드에 대한 소문은 더 거세졌다. 최근에는 가깝게 지내는 다른 팀 선수들에게 “정말 트레이드 되는 거냐? 어느 팀으로 가냐”는 말도 들었다. 이택근은 결국 15일 이장석 대표에게 면담을 청했고 16일 만나 “그런 방향(트레이드)으로 진행될 것 같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는 말을 들었다.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한 이택근은 조용히 마음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택근은 “구단에서 직접 듣기 전에 이미 (트레이드에 대해) 많은 말을 들었다. 소문이 계속 돌았고 마음의 준비는 했었다. 똑같이 그라운드에서 야구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KBO의 트레이드 승인 유보에 대해서는 “양쪽 구단의 입장도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아직 트레이드가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이택근은 전신 현대 시절부터 7년을 함께 했고 포수에서 외야수로 포지션을 바꿔 국가대표로까지 성장을 함께 한 팀, 그리고 김시진 감독에 대해서는 깊은 고마움과 진한 아쉬움을 털어놨다. 이택근은 “구단에서 그동안 어려움 없이 지원해줬다. 특히 김시진 감독님은 아버지 같은 분이다. 항상 많은 점을 일깨워주셨다. 감독님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 뿐이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