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공공장소나 경찰 지구대에서 고성방가를 하거나 소란을 피우는 취객들에게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는 10만 원 이하의 경범죄 위반 벌금 스티커를 발부하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스티커를 발부한다고 조용해질 취객은 드물다. 지구대 근무 경찰관들은 소란을 피우는 취객에게 집으로 돌아가도록 통사정하는 게 보통이다. 일부 취객은 경찰의 호소를 무시하다가 결국 지구대 기물을 부수거나 경찰관을 폭행하는 ‘범죄’를 저질러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한다. 취객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체포하지 않았더니 ‘작은 범죄’가 ‘큰 범죄’가 되는 경우다.
▷현행법에는 경찰이 소란을 피우는 취객을 체포하거나 지구대에 강제로 보호조치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2004년 경찰이 지구대 내에서 만취자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주취자 보호 특별법’ 제정을 검토했지만 인권 침해와 권한 남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무산됐다. 하지만 술에 취한 상태로 폭력은 물론이고 성폭력 범죄나 살인 같은 중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다는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경찰의 인권 침해나 권한 남용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치를 취하면 된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