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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돌고 도는 시간

입력 | 2009-12-19 03:00:00


 복제된 시간 전찬욱, 그림 제공 포털아트

시간의 변화가 뚜렷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빛이 스러지고 어둠이 내릴 때, 잠에서 깨어나 하루를 시작할 때, 일요일을 보내고 월요일을 시작할 때, 한 달이 끝나고 새 달의 첫날을 맞이할 때, 한 해가 막을 내리고 새해가 시작될 무렵이 바로 그런 때입니다. 그런 시기가 되면 사람은 누구나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오와 안타까움, 다가올 시간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부풀립니다. 끝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자신을 개선하고 개량하기 위해 새로운 목표와 각오를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계획표나 다이어리를 준비합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인간은 시간을 활용합니다. 그래서 사람은 시간에 길들여지고 시간의 흐름을 타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우리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구분할 수 없습니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현재뿐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유일한 시간성도 오직 ‘지금 이 순간’뿐입니다. 현재가 끝없이 이어지니 어쩌면 제자리 맴돌이를 하는지 모릅니다. 천체도 자전하고 행성이나 위성도 태양의 주변이나 행성의 주변을 돌며 끝없이 공전합니다. 끝없이 돌고 도는 일, 그것이 우주의 근본적인 운동성입니다.

우리의 인생도 쉼 없이 돌고 돕니다. 하루 단위로 돌고, 일주일 단위로 돌고, 한 달 단위로 돌고, 일 년 단위로 돕니다. 동일한 단위를 살지만 그 시간성 속에서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서로 다른 생명활동을 축적합니다. 우주라는 거대한 생명의 무대에서 모든 생명체는 서로 다른 생체시간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우주에 동일한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파했습니다. 우리가 별을 볼 때 그 별은 이미 죽어 있다는 말은 비유가 아니라 실제입니다.

실질적인 시간은 생명의 내부에 서로 다르게 존재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생체시계라고 부르고 그것의 흐름에 따라 성장하고 노화하며 자신만의 고유한 생명정보를 축적합니다.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 등 시간 구분은 생명활동을 위한 시간적 배경일 뿐입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사람은 날마다 자기 삶의 현장에서 반복적인 인생학습을 되풀이합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향해 내면의 시간 속을 항해합니다. 우주적인 완성을 향한 노정, 그것을 위해 우리는 쉬지 않고 인생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것입니다.

사람은 하루 단위로 인생을 누적합니다. 24시간 단위로 자고 깨며 현재보다 더 나은 개량과 갱신을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하루는 인생의 압축이고, 인생은 하루의 확장입니다. 그러니 무작정 외부 시간에 쫓기며 각박하게 살지 말고 자신의 생체시계를 항상 자각하며 정신적인 시간을 추구해야 합니다. 물질에 대한 맹목적 추구는 정신적 시간을 박탈하고 동물적 쾌락을 지향합니다. 많이 먹고 많이 마시고 많이 즐기는 것이 능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대의 생체시계는 지금 몇 시 몇 분을 가리키나요?

박상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