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경쟁 더 즐겼으면…“매년 1조 GM대우에 투자한국 철수론 터무니없어”
제이 쿠니 GM대우자동차 홍보담당 부사장은 한국식 고기구이와 노래방을 좋아하는 ‘친한파’다. 작년 1월 한국 부임 전에는 중국 상하이와 싱가포르 등에서 근무했다. 사진 제공 GM대우자동차
14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동아일보 기자를 만난 GM대우자동차의 제이 쿠니 홍보담당 부사장은 능숙한 젓가락질로 고기를 구워먹으며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더 성장하려면 경쟁을 두려워하지 말고 즐길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출신으로 2008년 1월 한국에 부임한 그는 자산 기준 국내 30대 대기업(공기업 제외)의 홍보 총책임자 중 유일한 외국인이다.
○ 끊이지 않는 ‘GM대우 국적 논란’
GM대우차의 전신인 대우자동차는 2002년 GM에 인수됐다. 이후 GM대우차를 둘러싼 ‘국적’ 논란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초기 부실을 극복하고 성과를 내면서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졌고 최근에는 ‘상하이GM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GM이 GM대우차를 포기하고 중국 사업장에 집중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쿠니 부사장은 “도대체 얼마나 많이 ‘아니다’라고 말해야 사람들이 믿어줄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그는 “GM대우차를 포기한다면 GM이 왜 4900여 억 원이라는 큰돈을 지원하겠느냐”면서 GM대우차가 매년 1조 원 이상을 투자해 왔으며 GM과 GM대우차가 한국 협력업체들로부터 연간 11조 원 이상의 부품을 구매하고 있다는 점을 자세히 설명했다. ‘한국인들이 GM대우차의 운명에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한국인들이 과거 외세(外勢)에 오랫동안 가졌을 감정이나 최근 일부 외국 기업(상하이자동차)의 사례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 ‘솔직 담백’ 블로그 인기
쿠니 부사장은 “초국적 기업인 GM이 글로벌 전략 차종을 한국의 공장에서만 생산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비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 생산방침이 논란이 된 ‘라세티 프리미어’의 경우 GM대우차 측은 지난해 국내 출시 때부터 일관되게 “2010년부터는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쿠니 부사장은 “GM대우차의 공장들은 현재 생산능력을 초과해 가동되고 있으며 향후 3∼5년간 한국 공장 물량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10년 뒤에도 걱정 없느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걱정해야 한다. 신흥국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