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심리는 손해에 민감당장 이익없는 약세장 꺼려대부분 상승장때 뛰어들어하락장 바뀌더라도 발 못빼
사람들은 평소엔 투자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일일이 신경을 쓰기도 싫고 행여 손해를 본다면 감당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도 어떤 환경만 조성되면 또 쉽사리 투자에 나서기도 한다. 여기엔 손실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한 중학생이 부모님에게서 기말고사 성적을 최소 85점 이상 받으라는 얘기를 들었다. 만약 이 학생이 10점을 초과해서 95점을 받으면 당연히 크게 칭찬을 받는다. 어머니는 기뻐서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시고 학생은 배불리 먹는다. 또 늘 잠이 모자랐던 학생이 그날 하루만은 일찍 잠자리에 들더라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다. 그러나 85점보다 10점이 낮은 75점을 받았다면 어떻게 될까? 그때의 충격과 괴로움은 95점 때의 즐거움에 비하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아버지의 일장연설에다 어머니로부터 받는 구박에, 스스로 받은 충격으로 새벽까지 번민한다. 이를 아는 학생은 95점은 안 받아도 되니 절대로 75점만은 받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한다. 95점의 즐거움보다 75점의 괴로움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평소 내기를 즐겨 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라도 이기고 질 확률이 서로 같다면, 받는 금액이 주는 금액의 2배에서 2배 반 이상이라면 동전을 던져 보겠노라고 답한 것이다. 손해를 이익보다 2배∼2배 반 정도로 더 크게 느낀다는 뜻이다. 그만큼 우리에겐 손해를 특히 더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손실혐오·loss aversion).
이 세상에 손해를 달가워하는 이가 있을 리는 없고 그것은 당연하다. 다만 이익의 즐거움보다 손해의 괴로움이 몇 배 더 크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이런 경향은 우리가 언제 투자에 뛰어드는지, 또 왜 그런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앞의 동전 던지기 사례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손해 보는 것 대비 2∼2.5배의 이익을 볼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투자한다. 그 시기는 바로 주가 상승기, 즉 강세장이다. 이때는 평소에 주식투자 부담을 떠안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선뜻 나서게 된다(그러나 일단 뛰어들고 나면 이런 손실혐오 경향은 곧 없어지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은 나중에 하락장으로 환경이 바뀌더라도 본전을 되찾기 위해 시장에 끈질기게 남아 있는다).
문제는 주식시장이 경기와 마찬가지로 사계절처럼 변동한다는 것이고 사람들이 편하게 생각하고 뛰어드는 시기가 겨울이나 초봄이 아닌 한참 더위를 느끼고 있는 초여름이라는 사실이다. 뒤늦게 뛰어든 이들은 곧 늦가을과 겨울의 찬바람만 맞게 된다. 이것이 손해를 과하게 싫어하다 겪게 되는 가장 큰 투자의 함정이다.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라’는 말이 투자격언이 된 것도 다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