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 일본의 어느 기업이 한국 등 15개국을 대상으로 소프트파워 지수를 산출했는데 한국의 종합순위는 15개국 가운데 13위로 태국과 인도를 간신히 앞지르는 수준이었다. 소프트파워가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 감성 문화 창의성에 바탕을 둔다고 볼 때 우리의 창의성 수준을 알 수 있는 지수이다. 한국인의 창의성 수준이 낮은 것은 어찌 보면 학교교육의 병폐를 단적으로 보여주는지 모른다.
싱가포르가 2004년 시작한 비판적 사고와 창의력 배양 중심의 학교교육 개혁전략은 이런 점에서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싱가포르는 ‘적게 가르치고, 더 많이 배우도록 하자(TLLM·Teach Less, Learn More)’는 신교육전략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학생이 더 많이 배우도록 더 적게 가르쳐야 한다는 취지다. 이 전략은 간단한 시험으로 학생을 가르치고 평가하기보다는 긴 안목으로 학생의 인생을 준비시키는 일을 목표로 한다. 가르치는 양(암기)을 줄이고 학생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자 한다.
둘째, 학교수업이 이해와 탐구, 비판적 사고와 질문하는 능력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도록 했다. 셋째, 기계적 학습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기주도적 학습과 실험을 장려하기 위해 시험 및 평가 방법을 바꿨다. 교사가 가능한 한 많은 내용을 가르치고 학생은 가능한 한 많은 내용을 암기하는 교육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교사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가이다. 새로운 교육전략을 학교에서 실행하기까지는 해석, 재해석, 오역이 반복된다. 교사마다 다른 기준과 목표,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이 가장 크다. 신전략을 실천하는 당사자는 교사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새로운 교육전략을 교사가 충분히 인식하고 내면화했다는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 교육전략의 변화가 싱가포르에서 성공적이라는 결론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추구하는 방향은 분명히 옳다고 생각한다. 창의성과 자발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서 꼭 필요한 방법이다.
한국도 싱가포르처럼 적게 가르치고, 더 많이 배우도록 하는 교육전략을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교육의 아킬레스건인 비판적 사고와 창의력 부족의 문제를 싱가포르 사례를 통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도 학생도 새로운 학습 방법으로 새로운 학습 효과를 거두는 데 노력해야 한다. 학생보다 교사의 노력이 더욱 중요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