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군사전문가 美해병참모대 교수 브루스 벡톨
현 상황에서 전쟁 일어나면
개전 이틀 내 30만명 사상
아내가 한국인… 한국사랑 각별
2011년 본격 재론해야
18일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 브루스 벡톨 해병참모대 교수. 그는 시종일관 열정적인 목소리로 2012년 4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추진을 깊이 우려했다. 전환 시점에 기계적으로 얽매일 일이 아니라 방위능력 태세의 완성도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한국인 부인을 둔 벡톨 교수는 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한반도 전문가이기도 하다. 특히 군사 분야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로 꼽힌다. 18일 워싱턴 시내에서 그를 만났다.
―왜 전작권 전환에 그렇게 반대하나.
―하지만 이미 양국 정부가 결정하고 추진하는 사안인데….
“내 주장은 전환 시점을 기계적으로 정해두고 무리하게 추진할 것이 아니라 능력이 갖춰지는 것을 보아가면서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2012년 이후에도 적어도 2년에서 5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전작권 전환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나.
“양국이 모두 원한다면 할 수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경우도 미국과 유럽 병력이 통합돼 있지만 각국에 국가별 지휘체계가 갖춰져 있다. 하지만 전시(戰時)에는 미군의 지휘를 받는다. 한국군이 됐든, 미군이 됐든 일사불란한 단일 지휘체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의 움직임대로라면 2012년에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공군의 경우 미군 3성 장군이 지휘하는 합동공군본부의 지휘를 받는다. 결국 2개의 지휘부가 존재한다는 것인데 이는 전쟁의 철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단일 지휘권은 승리를 위해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다.”
“전환문제 재고를 본격 제기할 수 있는 타이밍을 숙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2년간 정권 출범 뒤 한국 정부에는 많은 현안이 있었다. 미국도 2009년 새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에 시점 잡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퇴역장성들이나 군사 관련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우려하고 있다. 1000만 명 이상이 반대서명도 했다. 2011년에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본격 제기하기를 기대한다. 최소한 준비태세에 대한 정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벡톨 교수는 “난 지금,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인이 한국 사람이어서 그에게 한국은 각별하다. 그는 “한국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켜낼 가장 최적의 군사대응 구조를 가져야 한다. 현 상황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개전 2일 안에 사상자 30만 명이 발생한다고 보는데 희생자의 80%는 한국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