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설설 끓은 방송계

9월 5일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씨인사이드에 “나는 한국인이 싫다” “한국이 역겹다” 등의 글을 캡처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그룹 2PM의 멤버 재범이 연습생 시절에 미국 소셜네트워킹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에 올린 글이었다. 이 게시물은 순식간에 기사와 인터넷 블로그로 퍼졌다. 재미교포 출신 연예인의 정체성을 비난하는 여론의 뭇매를 견디지 못한 재범은 사흘 뒤인 8일 2PM을 탈퇴하고 미국행을 택했다. 재범이 미국으로 떠나자 다시 그를 향한 동정 여론이 급속히 커져 인터넷 ‘냄비 여론’의 실상을 증명했다.
KBS2 ‘미녀들의 수다’(사진)에 지난달 9일 출연해 “키 작은 남자는 싫어요. 요즘 키가 경쟁력인 시대에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패배자)’라고 생각합니다. 남자 키는 180은 돼야 된다고 생각해요”라고 발언한 여대생 이모 씨도 누리꾼의 악성 댓글로 홍역을 앓았다. 이 씨의 개인 신상까지 낱낱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이 사건은 인터넷 여론몰이의 실태뿐 아니라 시청률에 연연하는 일부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들의 검열능력 부족도 보여줬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KBS는 이달 1일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방송 중 막말 수위 조절에 나섰다.
MBC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정해리 역으로 나오는 아역배우 진지희가 쉴 새 없이 외쳐대는 “빵꾸똥꾸”도 누리꾼의 호응을 얻었다. 해리가 답답하고 짜증이 날 때, 혹은 마음에 안 드는 사람에게 외치는 이 단어에는 세상에 대한 불만이 응축돼 있다. 부잣집 막내딸이면서도 친구가 없어 외로움을 타는 해리가 외치는 ‘빵꾸똥꾸’는 스트레스 받은 현대인들이 마음 속 응어리를 배출할 때 외치는 신조어가 됐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