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개봉 ‘전우치’ 주연 강동원
곱상한데 말투 어눌하니 편하대요
얼굴 작아 여배우들이 되레 신경 써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 배우 강동원(28)이 햇살을 등지고 앉았다. 두루미처럼 긴 목과 다리. 옆으로 펼친 수첩보다 작은 얼굴이 반짝거렸다. “10등신이냐, 11등신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답했다.
“그런 질문들 있죠, 왜, ‘꽃미남’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지 않냐, 얼굴 때문에 캐릭터가 한정되지 않냐, 외모에 가려 연기가 저평가되는 게 억울하지 않냐 하는 식의 얼굴에 대한 질문들…. 하지만 저는 얼굴을 보면 아무 생각이 안 나요. 부담스럽지도, 떨쳐내고 싶지도 않아요. 거울 속에서 ‘나’란 사람을 보면 막연한 자신감은 들지만….”
그 조막만 한 얼굴에 그는 여태껏 보여주지 않던 표정들을 담아냈다. 23일 개봉하는 영화 ‘전우치’(12세 이상)에서다. 고전 소설 캐릭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우치는 부적만 있으면 어떤 도술도 부릴 수 있는 악동 도사. 스승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족자에 봉인됐지만 500년 뒤 깨어나 서울을 누빈다.

영화 ‘전우치’에서 악동 도사 전우치를 연기한 강동원에게 “도술을 부릴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분신술을 부려 당분간 좀 쉬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전우치에 이어 2010년 1월 개봉하는 ‘의형제’의 주연을 맡았다. 김미옥 기자
―아직 말투에 남아있는 경상도 사투리가 곱상한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데요. 기계공학을 전공했다는 사실도 의외입니다.
“깍쟁이처럼 생겼는데 말투가 어눌하고 투박하니 사람들이 되레 편하대요. 기계공학과에 진학한 건 딱히 가고 싶은 과가 없었기 때문이었죠. 담임선생님과 아버지 말씀대로 원서를 냈죠. 어릴 적부터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착한 학생이었거든요.”
―얼굴이 작아 연기하는 데 불편한 점은 없나요.
―피부 관리나 다양한 시술도 받나요.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을 키우지 않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피부과에서 오라고 하지만 누워서 관리를 받고 있는 시간이 아까워요. 얼굴에 찍어 바르는 게 싫어 촬영장이 아니면 선크림도 바르지 않고요. 그리고 안 쓰는 근육을 굳이 만들 필요가 있나요.”
―그런데 옷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봄소풍 때 사회를 보게 됐어요. 엄마가 초등학교 때 사준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갔죠. 그런데 친구들은 청바지에 멋을 내고 왔어요. 그때 받은 충격으로 옷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돈이 없어 서울에서 온 사촌형 옷을 뺏어 입었죠.(웃음)”
영화 ‘전우치’. 사진 제공 영화사 집
“20대 초반에는 얼른 서른 살이 오길 바랐어요. 그때가 되면 사람들이 인정해 줄 것만 같았고 모든 게 편해질 줄 알았죠. 20대 중반에 깨달았어요. ‘아, 이게 쉬워지지가 않는구나. 일도 생활도 나아지지 않는구나.’ 그때서야 ‘지금을 즐기면 되는구나’ 싶더라고요. 얼굴 주름은 없지만 ‘있어도 그만’이에요. 하지만 스물일곱 살 이후 부쩍 떨어진 체력은 좀 안타깝다는 생각을 해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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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영화사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