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구형 모두 붐 일으킨 ‘골프’
폴크스바겐 ‘골프’의 5세대 모델이 올해 상반기 할인판매로 큰 인기를 모을 때에는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들조차 다소 놀란 눈치였다. 세계적으로 2600만 대 이상 누적 판매된 베스트셀러인 만큼 제품 품질은 자신하지만 경제위기 속에 수입차 시장은 잔뜩 움츠러들었고, 신형인 6세대 모델이 하반기에 나오기로 예정된 상황이었다. 통상 풀모델체인지를 앞둔 상황에서는 가격을 낮춰도 아무래도 주저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심리. 그러나 ‘차 좋고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5세대 골프는 붐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잘 팔렸다. 3월에는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처음으로 소형차로서 월간 판매량 1위를 차지하는 기록도 세웠다. 9월에 나온 6세대 신형 골프는 그런 기세를 몰아 출시 한 달여 만에 초기 물량 800대를 다 팔았다. 신형 골프 가격을 3390만 원으로 책정해 기존 5세대 모델 가격(3120만 원)에서 인상 폭을 낮출 수 있는 데까지 낮춘 것도 성공 요인 중 하나였다.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5·6세대 골프의 인기를 ‘한국 수입차시장이 변해가고 있다는 증거’로 본다. 과시욕을 해결하기 위한 대형 세단 위주 구매에서 점점 합리적인 소비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내년 2월경 신형 골프 TDI의 고성능 디젤 버전인 ‘골프 GTD’를 선보이며 ‘골프 돌풍’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치밀한 마케팅과 가격 전략 ‘캠리’
○ 꾸준한 베스트셀러 ‘G37 세단’
인피니티 ‘G37 세단’은 한국시장에서 꾸준한 베스트셀러다. 2007년에는 2043대가 팔려 연간 판매량 4위, 지난해에는 1260대가 팔려 연간 판매량 10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엔화 강세 속에서도 1∼11월에 1345대가 팔려 5위를 기록했다. 프리미엄 이미지에다 고성능 스포츠세단의 성능과 젊은층의 호감을 사는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 등이 그 배경이다.
한국닛산은 이달 16일 부분변경 모델인 ‘뉴 G37 세단’을 한국에서 판매 개시했다. 프리미엄 모델은 기존 차량보다 100만 원 인하한 4890만 원에, 스포츠 모델은 30만 원 인하한 5260만 원이라는 공격적인 가격을 책정했다. 한국닛산 측은 “뉴 G37 세단은 스타일이 업그레이드되고 가격경쟁력이 높아졌다”며 “새로운 고객을 공략해 다시 한번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설명했다.
○ 돌풍 주역 ‘E300 엘레강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올해 8월 말 9세대 ‘더 뉴 E클래스’를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으며 수입차시장 가격 전쟁대열에 합류했다. 7년 만의 풀체인지 모델인만큼 품목과 성능을 강화했는데도 가격은 오히려 기존 모델들보다 300만∼400만 원 떨어졌다. 경쟁 수입차업체들이 “도대체 어떻게 가격을 그렇게 책정할 수 있는 거냐”며 경악했을 정도. 특히 주력 차종인 ‘E300 엘레강스’는 8세대 ‘E280 엘레강스’(7590만 원)보다 600만 원 이상 낮춘 6910만 원에 내놨다. 이 모델은 9월과 10월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 1위를 기록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측은 E300 엘레강스에 대해 “합리적인 가격에 디자인은 한층 더 세련되고 우아해졌다”며 “특히 장시간 운전 때 운전자의 주의력 저하를 방지하는 주의 어시스트 기능과 액티브 라이트 시스템 등 최신 기술을 대거 적용한 점이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자동차 중에는 포드의 2010년형 ‘신형 토러스’가 10월에 판매를 개시해 현재까지 1000대 이상 계약이 되며 자존심을 지켰다. 사전계약을 실시한 뒤로 출시 전까지 약 100대가 계약되는 ‘깜짝 성적’을 올려 포드코리아 관계자들을 흐뭇하게 했다. 기본형(SEL) 3800만 원, 고급형(리미티드) 4400만 원으로 가격 거품을 쏙 빼고 충돌경고 시스템, 안마 기능, 음성 명령, 오토 하이빔 등 첨단 옵션을 동급 최고 수준으로 갖춘 것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그동안 미국 자동차회사들의 세단이 ‘어딘가 한국 고객들과는 코드가 맞지 않는 디자인’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것과 달리 신형 토러스는 스포티한 새 디자인을 갖췄다. 포드코리아 측은 “새로운 스타일 덕분에 30대 중반∼40대 중반으로까지 고객층이 넓어졌다. 내년 상반기까지 인기가 계속될 것”이라며 고무된 상태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합리적인 가격 때문에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등 국산 고급 세단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됐다”며 “제네시스와 제원을 비교해 보면 차체 사이즈를 비롯해 엔진, 휠 사이즈, 주요 옵션 품목 등에서 신형 토러스가 앞선다”고 말했다.
○ 제로백 5.9초 ‘뉴 A6 3.0 TFSI 콰트로’
아우디의 대표모델인 ‘뉴 A6’는 디자인과 성능이 업그레이드돼 5월 출시됐다. 이후 11월까지 모두 1611대가 판매되며 인기를 모았다. 뉴 A6는 국내에는 처음 선보이는 3000cc TFSI 슈퍼차저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탑재해 다이내믹한 드라이빙 성능을 선보였으며, 간결하면서 우아한 선으로 눈길을 끌었다. ‘A6 3.0 TFSI 콰트로’는 올해 664대가 팔려 7000만∼1억 원 수입차 중 가장 많이 팔렸다.
뉴 A6 3.0 TFSI 콰트로는 최고 출력 300마력, 최대 토크가 42.9kg·m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제로백)하는 데 5.9초가 걸린다. 최고 속도는 시속 210km. 546L에 이르는 넉넉한 트렁크 용량도 자랑거리다.
○ 7000만 원 이상 절대강자 BMW ‘740’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