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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BRAND]“최고는 최고와 어울리는 법”…자동차,명품과 손을 잡다

입력 | 2009-12-23 03:00:00



《‘단순히 이동수단이던 차에서 즐기는 차로….’ 이제 막 본격적인 모터라이제이션(자동차 대중화)을 겪고 있는 중국이나 인도와 달리 한국은 자동차도 ‘가치 소비’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업계는 단순히 주행성능 위주로 차량을 홍보하던 마케팅 전략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이 브랜드 가치까지 맛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패션, 장신구 등에서 이름난 명품 업체들과 자동차업계가 제휴 마케팅을 벌이는 이유다. 더구나 자동차 내부는 ‘인테리어 전시장’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소비재가 쓰이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명품 마케팅 활용 빈도가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제네시스+프라다… 폭스바겐+페라가모… 닛산+루이뷔통…
“시너지 효과 극대화” 공동 마케팅-패션쇼 개최 등 새 트렌드

○ 국산차, 대형차 위주로 명품 마케팅

고급차를 찾는 고객일수록 명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이 보통이다. 이 때문에 자동차회사들은 준대형급 이상 차종을 출시하기 전에 미리 명품업체와 손잡고 공통 마케팅을 벌이는 사례가 적지 않다. 명품 업체로서도 고급차를 통해 간접적인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15일 ‘더 럭셔리 그랜저’를 선보이면서 명품 장신구 업체인 스와로브스키와 공동 마케팅을 벌였다. 신형 그랜저 구입 고객에게 스와로브스키 제품을 무료로 나눠주고, 각종 신차 전시행사에도 이를 함께 전시토록 한 것이다. 현대차는 2005년 4세대 그랜저 출시 이후 4년 만에 외부 디자인을 바꾸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명품 마케팅을 적극 활용키로 했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프라다와 손잡고 ‘제네시스 프라다’를 선보인 바 있다. 대형 세단 제네시스에 프라다의 디자인 스타일을 결합한 모델로, 올 4월 서울모터쇼에 전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를 위해 현대차와 프라다 연구진은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간 현대차 남양연구소와 이탈리아의 프라다 디자인센터를 오가며 공동작업을 벌였다.

자동차업계는 양사가 제네시스 고유의 다이내믹한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프라다의 진보적인 디자인 콘셉트를 잘 버무렸다는 평가를 내놨다. 특히 인테리어에서 시트와 도어트림 등을 프라다의 ‘사피아노(Saffiano) 가죽 공예품’으로 채워 넣어 고급스런 느낌을 더했다.

○ 외제차, 명품으로 ‘타깃 마케팅’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타깃 마케팅’을 구사하는 해외 자동차업체들도 명품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아직 한국 내수시장에선 외제차가 대중차로 뿌리내리지 못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닛산의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는 루이뷔통과 제휴했다. 올해 제네바 모터쇼에서 콘셉트카로 선보인 ‘에센스’에 루이뷔통의 여행용 가방을 전시한 것. 인피니티 디자인팀은 가솔린 하이브리드차의 고급스러움과 실용성을 잘 보여줄 마케팅 방법을 고심하던 중 루이뷔통에 주목하게 됐다.

닛산은 루이뷔통 스페셜 에디션 가방을 돋보이도록 하기 위해 인텔리전트 키로 작동되는 트렁크 도어와 슬라이딩 방식의 바닥면을 추가했다. 한국닛산 엄진환 이사는 “양사의 잠재고객층이 일치하기 때문에 인피니티의 명품 브랜드 전략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며 “트렌디하고 고급스러운 루이뷔통의 이미지가 인피니티의 브랜드 이미지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10월 명품 패션 브랜드인 페라가모와 함께 ‘VIP 공동 마케팅’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코리아 서울 대치전시장에서 페라가모의 가을 및 겨울 패션쇼가 열렸다. 이번 패션쇼에는 폭스바겐코리아가 페라가모의 세련된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판단한 ‘4도어 쿠페 CC’가 패션모델들 옆에 자리를 잡았다. 이 밖에 폭스바겐코리아의 차량 구입을 추천한 고객들에게 100만 원 상당의 페라가모 상품권을 제공하기도 했다.

아우디코리아 역시 패션을 명품 마케팅의 아이템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와의 차이라면 아우디코리아는 한국산 패션 브랜드를 꾸준히 밀어왔다는 점이다. 아우디코리아는 2005년 서울모터쇼에서 국산 패션 브랜드인 ‘앤디 앤 뎁’ ‘수 콤마 보니’와 각각 손잡은 데 이어 2007년과 올해 서울모터쇼에선 패션디자이너 우영미 씨와 정욱준 씨의 작품을 사용했다.

○ 명품 자동차엔 명품 오디오

자동차업계의 명품 활용은 차량 내부 인테리어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특히 주5일제로 차를 레저용으로 사용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명품 오디오 시스템을 채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QM5’에 세계적인 오디오 브랜드인 보스의 음향 시스템을 달았다. 지난해에는 준대형 세단 ‘SM7’과 올해 7월에는 소형차 ‘SM3’에도 보스 스피커와 외장형 앰프 등을 장착했다. GM대우자동차도 대형 세단인 ‘베리타스’에 보스 시스템을 넣어 명품 오디오 시스템 대열에 합류했다.

쌍용자동차는 플래그십 모델인 ‘체어맨W’에 보스와 더불어 자동차 오디오업계에서 쌍벽을 이루는 하만카돈의 시스템을 달았다. 하만카돈 음향시스템은 마이바흐나 벤츠 S클래스 등에도 들어가며, 총 17개의 스피커를 장착해 전 좌석에서 7.1채널의 웅장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또 터치스크린과 햅틱 컨트롤, 음성인식 기능도 지원된다.

아우디 역시 일찍이 명품 오디오에 관심을 두고 신경을 써왔다. 아우디는 2005년 대형 세단 ‘A8’에 뱅앤올룹슨의 오디오 시스템을 적용해 세계 자동차업계에 본격적인 명품 오디오 붐을 일으켰다. 이후 뱅앤올룹슨과 A8 전용의 ‘어드밴스드 사운드 시스템’을 만들기도 했다. 이 시스템은 1100W의 출력과 14개의 스피커를 갖추고 있으며, 현재 아우디의 S4, S8, R8 등 다양한 차종에도 들어가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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