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종센터 자존심’ 프로3년차 모비스 함지훈
‘농구인생’ 3번 울었다는데…
부모님이 농구 반대 좌절
中2 때 키 안 커서 방황
대학 땐 부상으로 ‘펑펑’
221cm의 하승진(KCC)이 코앞에 있어도 그의 플레이엔 거침이 없다. 큰 눈을 껌뻑거리며 골밑을 파고든 뒤 침착하게 훅 슛을 날린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표정 변화조차 없는 이 남자. 경기가 끝난 뒤엔 무표정하게 한마디한다.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신진우 기자
코트 안에선 투쟁심이 넘치지만 밖에선 아이 같은 천진함을 지닌 남자. 프로농구 모비스의 ‘매력남’ 함지훈(사진)을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 3번 울다
프로 3년차인 함지훈의 올 시즌은 말 그대로 ‘베스트’다. 22일 현재 귀화선수를 제외한 순수 국내 선수 가운데 평균 득점(15.8점) 3위, 리바운드(7.2개) 2위다. 전체 선수 중 평균 출장시간은 1위(36분 42초).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프로농구 올스타 중간투표 결과 용병들을 제치고 ‘드림팀’ 센터 부문 1위에 올랐다. 함지훈은 “올스타로 뽑히면 가문의 영광”이라면서도 “화려한 기술이 없다 보니 보여줄 게 없어 걱정”이라며 웃었다.
프로 무대에 ‘연착륙’했지만 그에게도 농구가 항상 쉬웠던 건 아니다. 그는 “‘농구 선수 함지훈’은 3번 울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중학교 2학년 때다. 감독은 당시 키가 작고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그에게 “농구를 그만두라”고 충고했다. 그는 “농구 선수만 되면 화려한 인생이 펼쳐질 걸로 기대했기에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말했다. 연습에도 불참하는 등 잠시 방황했지만 이내 농구화 끈을 고쳐 맸다. 훈련에 매진한 그를 보고 하늘이 감동했을까. 고등학생이 되자 1년 만에 20cm 넘게 키가 컸다.
마지막은 대학생 시절이다. 기량을 꽃피우기 시작한 그에게 부상이란 암초가 찾아왔다. 발등, 허리, 손목 등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아픈 것도 힘들었지만 이대로 주저앉을지 모른다는 걱정에 남몰래 많이 울었죠.”
○ 유재학과 함지훈
20일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모처럼 외박을 받은 선수들을 보내면서 한마디했다. “잘 다녀와라.” 이 말에 선수단은 난리가 났다. 좀처럼 속내를 보이지 않는 감독님으로부터 그런 말을 들어 감격스럽다는 게 그 이유.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