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르네상스’ 오는데 ‘사용후 핵연료’는 어떻게…전세계 직접 처리시설 ‘0’한국은 공론화 착수도 못해
온실가스 감축이 현실화하면서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발전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정부는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2008년 36%에서 2030년까지 59%로 높이기로 했다. 위험성 등 여러 이유로 원자력발전을 중단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던 유럽 각국도 원자력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원자력발전이 이처럼 르네상스를 맞고 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 원자력발전을 하고 난 후에 남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기구(OECD NEA) 재니스 던 리 사무차장은 8일 “현 상황에서 자원의 공급 안정성과 기후변화 여건을 고려할 때 가장 각광받고 있는 에너지원이 원자력발전”이라며 “2008년 현재 439기인 세계 원자력발전기는 2050년 최대 4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이 전체 발전 비중의 80%를 차지하는 프랑스는 재처리를 통해 사용 후 핵연료를 재활용하고 있다. 1991년부터 방사성폐기물법을 제정해 15년 동안 공론화를 했고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처리시설을 지을 곳을 선정하고 있다. 프랑스 원자력청 크리스토프 베아 원자력부문장은 “국민과의 정보 공유가 가장 중요한 공론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도 2016년부터 사용 후 핵연료의 임시저장 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른다. 그러나 아직 처리에 관한 공론화 작업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말까지 전문가 연구 용역을 진행해 국내 여건에 적합한 사용 후 핵연료 관리 로드맵을 마련하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근거 자료를 확보할 계획이다. 한 원자력 전문가는 “원자력발전을 계속하려면 방사성폐기물 처리 방안을 하루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원자로에서 연료로 사용된 뒤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방사능과 열 발산 정도가 높아 사람에게 직접 노출되면 치명적이다. 재처리해서 핵연료로 다시 사용하거나 인간으로부터 영구히 격리하기 위해 용기에 넣어 땅속 깊이 묻는 방식 등으로 처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