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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 실용노조… ‘명분’ 주고 ‘실리’ 챙겨

입력 | 2009-12-23 03:00:00

■ 무분규 임단협 잠정 합의
오늘 수용여부 조합원 투표
일부 강성조합원 부결운동




현대자동차 노사가 파업 없이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것은 강경 일변도의 노사관계에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 회사 측은 기본급 동결이라는 ‘명분’을, 노조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성과급과 고용보장이라는 ‘실리’를 각각 챙겼다. 사측은 기본급을 올려주지 않는 대신 성과급이나 격려금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지급했다. 노조는 23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잠정합의안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 달라진 노조

현대차가 1994년 이후 15년 만에 ‘파업 없는 해’를 보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올 9월 온건·실리주의를 표방하고 당선된 이경훈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의 전향적인 협상자세가 한몫했다. 노조는 이번 협상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혔던 주간 연속 2교대제 논의를 내년으로 넘기는 데 동의하는 등 강경 투쟁 노선에서 탈피했다.

또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한 사회 전반적인 경기침체 분위기를 감안해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처음으로 기본급 동결에 합의한 것도 이례적이다. 환율 효과와 세제혜택 지원 등 현대차에 우호적인 환경이 다시 악화될 가능성을 감안해 노조가 고용보장과 많은 일시금을 받는 선에서 기본급 동결에 동의한 것이다. 매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강경 투쟁을 일삼던 과거 노조와는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이 지부장은 22일 나온 노조 소식지를 통해 “삼성 포스코 현대중공업 LG 등 상위 상장그룹들이 많은 순이익을 남겼음에도 하나같이 올해 임금을 동결했다”며 기본급 동결 합의 배경을 설명했다.

○ 파업 대신 성과 나누기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무분규와 기본급 동결 대가로 역대 최대 규모의 성과급 및 격려금 지급에 합의한 것을 두고 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는 지적도 있다. 노사는 이번 잠정합의안에서 경영성과 달성 성과급으로 300%(통상급 기준)+200만 원, 경영실적 증진 격려금 200만 원, 무분규 합의 답례 차원에서 100만 원+무상주 40주 지급에 합의했다. 이를 현금으로 환산할 경우 1인당 총 1700만 원 선이다. 종전까지 최대였던 지난해 1인당 수령액 1200만 원보다 500만 원가량 많다. 노조 집행부는 올해 무분규로 타결한 현대중공업보다 70만 원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1994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지난해까지 매년 반복된 파업으로 차량 112만 대 생산 차질에 11조6682억 원의 매출 손실을 입은 것을 감안하면 이번 최대 규모의 일시금 지급이 ‘비싼 대가’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무분규 합의로 매년 반복된 막대한 파업 손실과 실추됐던 대외 신인도 회복, 그리고 브랜드 이미지 상승 등 무형의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 노조 집행부와 달리 강성 노선을 표방하는 일부 현장조직은 “올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남기고도 기본급 동결에 합의한 것은 조합원의 미래를 짓밟는 것”이라며 부결 운동에 나섰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