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내년 6월 2일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조기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공정한 선거를 해치는 선거사범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23일 청와대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2010년 법무부 주요업무계획'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에 앞서 "지도층부터 공직자, 고위직, 정치를 포함해서 모든 지도자급의 비리를 없애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선거사범 집중 단속=법무부는 내년 지방선거가 광역단체장 16명, 시도 교육감 16명, 광역의원 733명 등 당선자만 3960명에 이르러 선거 분위기가 조기에 과열될 수 있다고 보고 선거사범 단속을 위한 정보수집과 수사역량 강화에 주력키로 했다.
법무부는 또 일선 지방검찰청 9곳에서 시범 실시해 온 '노동·집단사범 양형기준'을 내년 2월부터 전국 검찰청으로 확대해 불법파업 참가자를 엄중 처벌하고, 민사상 책임도 반드시 묻기로 했다. 또 공무원 노조의 정치집회 참가 등 위법행위를 중점 단속하고, 기업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는 고액 현금거래 기준을 현행 3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낮춰 불법자금 조성을 사전에 차단키로 했다.
▽민영 교도소 개소=내년 하반기 경기 여주에 국내 최초의 민영교도소가 문을 연다. 이 교도소에는 3~5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은 모범수 300명을 선별해 수용하고, 형 집행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감독관도 파견한다. 또 외국인 범죄가 급증함에 따라 충남 천안에 외국인 전담 교정시설을 마련해 전문교화 프로그램을 시행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8세 초등생 S 양을 잔혹하게 성폭행한 이른바 '나영이 사건'으로 '아동 성폭력범의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확대되자 유기징역형 상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높이기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아동 성폭력피해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를 정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모든 검찰청에 아동·여성 전용 영상조사실을 설치해 '2차 피해'를 막고, 범죄피해자와 가족에게 전문가의 심리치료 및 임시 거처를 제공할 방침이다.
범죄피해자를 지원하는 범죄피해구조금은 최대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수사·재판 등 형사사법 업무를 전자화해 음주·무면허 사건 처리기간은 120일에서 15일로 단축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지난해에 이어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고등법원에 항고할 수 있는 영장 항고제 △타인의 범죄를 진술하면 형을 감면해 주는 면책 조건부 진술제 △중요 참고인을 강제로 부르는 참고인 출석의무제 △거짓말한 참고인을 처벌하는 사법방해죄 도입 등을 다시 한 번 새해의 주요업무계획에 포함했다. 이밖에 일반 시민들로 구성한 '수사심의위원회'를 전국 검찰청에 설치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거나 구속자를 석방할 때 적정성을 심의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