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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투데이]달러화 깜짝 강세의 ‘빛과 그림자’

입력 | 2009-12-24 03:00:00


올해 내내 약세를 보였던 달러 가치가 12월 이후 강해지고 있다. 11월 말 86엔 근처까지 내렸던 엔-달러 환율은 불과 3주 동안 90엔까지 5% 이상 올랐고, 같은 기간 유로에 대한 달러가치 역시 5.5% 이상 올랐다.

사실 많은 투자자들에게 달러 강세는 예상하지 못했던 현상이다. 아직 미국 내부의 여러 여건들이 달러 가치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달러 가치가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미국도 상황이 좋지 않지만 다른 지역의 상황이 더 나쁘기 때문이다. 그리스 스페인 등 유로권 국가 일부의 경우 오히려 위험이 커지는 모습이다. 일본 역시 디플레이션 망령이 되살아나는 가운데 정부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불해야 할 국채 이자지급액은 이미 연간 걷어 들이는 세금의 30%에 육박한다.

그런데 달러 가치가 강해지다 보니 그동안 글로벌 주식시장 회복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꼽혀 온 달러 캐리 트레이딩 자금의 회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약세 통화를 빌려서 강세 통화 보유국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캐리 트레이딩의 주된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 한 해 동안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23조 원에 달하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경우 달러 강세와 더불어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질 법하다.

하지만 고려할 점이 있다. 만약 달러 강세가 미국의 강한 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 그리고 공격적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면 실제로 자금 흐름의 변화와 함께 국내 주식시장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최근 달러 강세는 미국의 약진보다 유럽 일본 등 미국 이외 지역의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

오히려 글로벌 출구전략이 더 늦어질 만한 환경하에서의 달러 강세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설사 달러가 강세가 되더라도 유로와 엔의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이 저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시장 유동성이 전반적으로 풍부한 가운데 엔 캐리 등 달러 이외 통화를 이용한 캐리 트레이딩이 달러 캐리 트레이딩을 대체할 것이란 얘기다.

물론 지금 나타나는 현상은 한편으로 글로벌 경제의 동시적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좋은 신호라 볼 수 없다. 길게 보면 일부 지역의 위험이 다른 지역으로 전염될 가능성도 있으며 유동성의 힘으로 주가가 올라가면 향후 주가가 떨어질 때의 충격도 클 수 있다. 필자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출구전략의 지연과 금융시장 버블의 재연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글로벌 유동성은 계속해서 주식시장을 지탱할 가능성이 크다. 주식투자자라면 최근 나타나고 있는 달러 강세와 캐리 트레이딩의 회수보다는 전체 유동성 흐름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