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4세 미혼남녀와 기혼여성의 결혼과 출산에 관한 태도와 행동을 조사한 ‘2009 결혼 및 출산 동향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결과를 보면서 염려되는 바는 그동안 출산율을 높이고자 시행한 많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혼남녀의 만혼화 현상은 더 심화되고 자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혼여성의 수는 더 적어졌으며 출산자녀 수와 기대자녀 수 역시 더 낮아졌다는 점이다.
그동안의 조사나 연구에서 보면 실제 출산한 자녀 수가 비록 2명이 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자녀 수는 2명 이상이었는데 이번 조사 결과에서는 기혼여성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마저 2명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과 출산에 관련된 국민의 생각과 선택은 이렇게 나날이 변하면서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이 마당에 저출산 문제의 핵심인 결혼, 출산, 부모 역할, 자녀 양육을 담당할 가족정책은 지난 몇 년 사이 탁구공처럼 여성부와 보건복지부 사이를 왕복하더니 이제는 아동이나 보육, 청소년 정책은 복지부에 남겨두고 가족 제도·문화 정립, 취약가족과 다문화가족 지원 등의 정책만 여성부로 이관된다고 한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 정부 출범 시 여성가족부가 담당하던 보육 및 가족정책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하여 보건복지가족부가 됐는데 이제 또다시 가족정책만 여성가족부로 이관된다면 상식에도 못 미치는 일이다.
물론 출산율 제고가 단기간에 성취될 수 있는 목표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의 이 현상은 기존의 저출산 대응 정책이 제대로 방향을 맞췄는지 재검토해야 함을 시사한다. 저출산 문제의 해결은 가족이 형성되는 결혼 과정에서부터 출산, 자녀 양육과 교육, 일과 가족생활의 균형을 포괄하는 전 과정에서 세밀하고 촘촘하게 짜인 가족정책을 일관되게 추구할 때 가능한 일이다. 저출산위원회가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직속 위원회가 되어 정부의 모든 정책을 유기적으로 설계하여 총괄하여야 하는데, 현 정부는 인구보건과 복지의 관점에서 저출산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한 정부와 국회의 최근 행보를 보면 우리의 미래가 더욱 암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 가족 보육 저출산 아동 청소년 업무를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총력을 기울여도 쉽지 않을 문제를 가족과 아동을 분리하고, 여성의 일과 보육을 분리하며, 결혼과 자녀양육을 분리하여 각각 시행하겠다고 한다. 부처 이기주의와 여야 간 발목잡기, 관련된 이익집단의 이해관계 때문에 실패한 정책이 하나둘이 아니지만 저출산 정책은 그렇게 또다시 실패할 정책으로 남겨져서는 안 되는 일이다.
현재 정부가 관심을 두는 국격의 향상은 거창한 방법이나 경로를 통해 달성되기보다 날마다의 일상생활에서 국민이 경험하는 생활의 질, 행복한 가정을 통해 양육되는 건강한 미래 세대, 일과 가정의 균형, 가족친화적 사회문화 등 기본이 바로 서야 가능한 일이다. 사회 구성원이 행복한 결혼, 건강한 가정을 꿈꾸고, 부모 됨을 포기하지 않도록 청소년 아동 보육 등 저출산 대책과 관련된 기능을 여성가족부가 담당하고, 제대로 된 가족정책을 추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기영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