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7인 “토론종결 정족수 못낮춘다” 당론 거슬러민주7인 “비상상황 아니면 필리버스터 불참” 선언
미국 의회 창설 당시부터 상하 양원에 허용됐던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는 현재는 상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하원은 재적의원 수가 점차 늘면서 1842년부터 의원의 발언시간을 제한하게 됐다.
상원에서 필리버스터에 처음으로 제동을 건 것은 1917년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다. 미국의 제1차 세계대전 참전을 반대하는 상원의원 11인의 필리버스터를 막기 위해 당시 윌슨 대통령은 재적의원 3분의 2(67표)의 결의로 토론 종결을 선언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민주-공화 양당이 균형을 유지하는 미국 의회의 전통 탓에 3분의 2를 사실상 얻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1975년에는 토론 종결의 문지방을 5분의 3(60표)으로 낮췄다.
2005년 재선에 성공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상하 양원마저 장악하자 민주당은 연방법관의 인준 과정에서 필리버스터를 자주 사용했다. 공화당 지도부는 연방법관 중 일부가 수년간 인준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자주 생기자 법관 인준은 토론 종결 정족수를 과반수로 바꾸려고 시도했다. 민주당은 이 시도를 핵무기 사용에 빗대 ‘뉴클리어 옵션’이라고 지칭하며 다수당의 횡포, 권력 남용을 막고 소수당의 이익을 보호해 온 상원의 오래된 전통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 같은 민주-공화 양당의 극한대결 분위기에 반기를 들고 나선 사람들이 이른바 14명의 갱(Gang of 14)이었다. 존 매케인, 올림피아 스노, 존 워너 등 공화당 의원 7명은 당론을 거슬러 뉴클리어 옵션에 찬성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벤 넬슨, 조 리버먼, 켄 살라자르 등 민주당 의원 7명은 ‘비상상황(extraordinary circumstances)’이 아닐 경우 필리버스터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14인의 갱의 활약은 위기에 처한 미 의회 민주주의의 타협 전통을 지켜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필리버스터
미국 상원의 의사진행 방해. 상원규칙으로 어떤 주제가 됐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발언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이다. 때로는 다수파가 제출한 의안에 대해 순수한 토론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의안의 수정·철회 또는 회기 말의 시한종료를 목적으로 하는 소수파의 전술로 이용되기도 한다. 필리버스터를 막기 위해 미국 의회에서는 1917년 상원 재적의원의 3분의 2인 64명의 결의로 토론종결을 선언할 수 있도록 했다.